한국일보 11월 19일자 시론에 실린 백순씨의 ‘교회분쟁과 해결방법’이라는 글을 읽고 나서 나의 의견을 몇 가지 피력코자 한다.
글에서 필자는 교포 대형교회 중 하나인 엘에이 동양선교회 분쟁 처리과정을 지켜보고 “분노와 눈물을” 동시에 느끼고 흘렸다고 고백하면서 분쟁 해결 과정에서 목사와 신도들 간에 사랑이 없었음을 개탄했다. 필자는 그 글 내용에 많은 공감을 하면서도 교회분쟁의 근본적 해결 방법을 사랑에서 찾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을 달리 한다.
1940년대 영국작가 A. J 크로닌이 써서 10여년 이상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열반에 올랐던 ‘천국의 열쇠’라는 소설 속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프란시스 치셤 신부는 중국 오지에서 사제직을 맡고 있었는데, 신부 밑에서 독일 출신 수녀와 불란서 출신 수녀 두 명이 봉사하고 있었다.
두 수녀는 매일 새벽이면 교전 중에 있었던 조국의 승리를 위해서 기도를 했다. 가끔씩은 하나님의 사랑과 뜻이 자기 조국에 있다고 서로 다투곤 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치셤 신부가 하루는 두 수녀를 불러서 하나님의 뜻은 독일편에도, 불란서 편에도 있지 않다고 충고를 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은 불란서인들과 독일인들의 기도와 고통에 동시에 현존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교회의 분쟁은 글 쓴 필자의 말처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2천년여년 전 사도 바울이 세웠던 초대교회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바울파, 베드로파, 그리고 게바파로 갈라져서 서로 싸웠던 것이 그 당시 초대교회의 한 모습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천년간 사랑의 종교로써 존재해 온 기독교가 교회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사랑의 결핍에서 찾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교회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잘못된 믿음내지 믿음의 우상화에 있다고 생각 한다. 기독교 윤리의 바탕이 된 모세의 십계명은 첫째 계명으로 ‘하나님 이외에는 일체 우상을 두지 말라’고 했다. 예수는 그 하나님은 빛이요, 길이요, 생명자체라고 말 하면서. 마태복음 26장에서 “하나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지을 수 있다”고 우상화 된 신상에 대하여서 무서운 경고를 했다.
16세기에 루터가 시작한 종교 개혁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신권과 교황의 우상화, 성직자와 교회의 우상화 그리고 베드로성전으로 상징되는 교회건물의 우상화에서 비롯된 교회의 타락과 부패로부터 개혁을 통해서 본래의 하나님 영성으로 돌아가자는 귀향운동이 아닌가?
필자는 교회가 분쟁에 휘말렸을 때 해결 방법으로 두 가지 마음의 자세를 권하고 싶다. 첫째는 관용과 깊은 연민의 마음이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편의 “동기의 진정성”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의견이 다른 상대편을 적이나 사탄으로 보지 말고 상대편도 나와 같이 교회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깊은 연민과 이해의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둘째로 겸손한 마음이다. 4세기경 사막교부들로 부터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온다. 마귀가 빛의 천사로 가장하고 어떤 수도사에게 나타나 “나는 가브리엘 천사다. 주께서 나를 네게 보냈다” 그러자 수도사가 말했다. “정말로 내게 가라는 명령을 받았소? 다른 사람에게 보냄을 받은 것이 아니오? 나는 주께서 천사를 보낼실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오!’ 순간 마귀가 사라졌다.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은 목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정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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