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 쯤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7년 전 늦가을의 어느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의 남편입니다. 큰 아이 best friend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그였기에, 저와 남편이 느꼈던 충격 만큼이나 큰 아이가 느꼈던 심적 충격 또한 말할 수 없이 컸더랬습니다. 지금까지도 큰 아이의 작문 속에 슬픈 기억으로 등장하는 그 사건.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 사람들을 모두 경악케했던 그의 죽음을 저는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가 그렇게 떠나기 얼마 전, 그는 자신의 야심찬 야망을 저와 남편에게 들려주었고, 실제로 그는 그 야망에 걸맞게 잘난 사람이었기에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축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2주 후에 자살이라니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죽음에 처음엔 경악했고 점차 화가 나다가는 슬펐으며 종당엔 허무했습니다.
오레곤 주 콜롬비아 강에 그의 재를 뿌리기 전 날, 그를 추모하며 애도하는 시간 내내 저의 눈길이 머물렀던건 그의 몸뚱이를 태우고 남은 재가 담긴 작은 주머니였습니다. 한쪽 벽에 매달려 있던 주머니, 그 주머니 속 한 줌의 흙… 그것이 고작 그가 남긴 것의 전부였습니다. 그것은 37년이라는 그의 삶을 너무도 심플하게 종합해 버린 것이었죠.
톨스토이의 단편 중, ‘한 사람에게 필요한 땅은 얼마나 될까’ 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한 사람에게 필요한 땅은 결국 자신의 몸뚱이 하나 누일 한뼘 땅이더군요. 전에는 그닥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던 이 비장하고도 엄연한 사실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제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 글에 나오는 어리석은 농부처럼 어차피 가지고 가지 못할 것에 연연하며 살던 제게 경종을 울린겁니다.
2주 만에 달랑 한 줌의 재로 화한 그를 옆에 두고 서 있자니 정말이지 허무하더군요. 그가 죽기 전 그의 야망을 향해 축배나 들 일이 아니었습니다. 야망 뒤에 감추어진 그의 고독의 심연을 보았어야 했고, 그 고독을 통해 그가 영원을 볼 수 있도록 도왔어야 했습니다. 그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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