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에 ‘사위는 백년 손님’이고, 딸은 시집가면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는 말이 있다. ‘출가외인’이란 말은 ‘남’이 되었다는 말인데, 요즈음은 세상 풍조가 많이 바뀌어 아들은 ‘출가외인’이 되었고, ‘며느리는 백년 손님’이 되었다. 손님이면 되도록 예의를 지켜 대접해야 하는 관계이고, 출가외인이면 마음도 떨어져야 되는 관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옛 말에 딸네 밥은 서서먹고, 아들네 밥은 앉아서 먹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이 말을 거꾸로 사용해야 될 것 같다.
멀리 사는 친구가 전화로 속상함을 호소해 왔다. 며느리 생일이라 선물을 사놓고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들이 전화를 걸어 사정이 있어 올 수 없다고 하며, ‘선물은 다음에 가지러 가야 되겠지요’ 했단다.
또 다른 집 며느리 얘기다. 타주에 살고 있는 백인 시아버지가 손자가 보고 싶어 방문했는데 미리 전화 걸지 않고 왔다고 문전박대한 며느리도 있단다. 핵가족 시대라 부부중심이 되어 살고 있다지만 그래도 기본 예의는 지켜야 되지 않을까?
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예의를 소홀히 하기 쉬운데, 생각해보면 서로 가까운 부부 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형제 간에도, 또한 친한 친구 간에도 가깝다고 함부로 대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그 관계가 아름답게 지속될 것이다.
이제는 일반 호칭이 되어버린, 이른바 ‘며느리’는 기생(奇生)한다는 뜻의 ‘며늘’과 ‘아이’가 합쳐진 말로 ‘내 아들에 딸려 더부살이로 기생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며,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올케’는 ‘오라비의 겨집(계집의 옛말)’에서 유래했으며, 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여동생이나 남동생을 부를 때 사용하는 ‘아가씨’와 ‘도련님’도 옛날 노비가 상전을 높여 부르던 용어라는 것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과거의 남존여비 사상에서 유래된 몹쓸 유산이다. 어쩌다가 옛날 한국 드라마를 보면 시어머니나 시누이가 며느리를 심하게 대하는 장면을 보면 참 이해가 안 된다. 시어머니도 남의 집에 며느리로 시집왔고, 딸도 남의 집에 며느리가 될 텐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신세대 며느리들은 시집 식구들의 ‘시’자가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든가.
어느 인터넷에서 본 우스개 글이다. 물건을 팔면서 ‘잘만 성사가 되면 덤으로 무대뽀 시어머니를 드립니다. 부족하다 싶으면 참견쟁이 시누이도 덤으로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이 정도면 이젠 여존남비의 세상이 되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들이 결혼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아들집 근처를 지날 때면 들리고 싶어도 미리 연락하지 않고 들린다고 하면 며느리가 어떻게 생각할까 망설여져서 선뜻 마음이 가지를 않는다. 나도 별 수 없는 ‘시’어머니인지, 그냥 딸네 집에 가는 것처럼 ‘얘야, 나 이 근처에 왔는데 너랑 점심이나 먹자구나’ 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성경 말씀에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2천년 전에 이렇게 말씀한 사도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린 대단히 진보적인 분이었던 것 같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도 이런 모든 차이를 뛰어 넘어 서로 간에 가식이 아닌, 상대방을 진정 귀히 여기는 예의를 지키며 살면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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