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캘리포니아에서는 겨울철이 되어도 눈과 얼음의 세계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늘 당연하게 여겨왔던 겨울의 풍경을 이제는 느끼기 힘들어서 인지 부쩍 겨울에 대한 그리움이 소복소복 쌓여만 간다. 눈과 얼음이 어우러진 겨울의 낭만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자니, 손발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 빙등제(氷燈節)를 보러갔던 생각이 난다.
수 년 전, 중국인 친구들의 추천으로 빙등제를 보러간 적이 있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 위치한 하얼빈(哈爾濱)에서는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빙등제가 열린다. 낮에는 눈으로 만든 조각, 밤에는 얼음으로 만든 조각을 구경하는 것이 묘미이다.
드넓은 설원 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새하얀 눈 조각들은 어린 시절 동네 친구끼리 모여 만들었던 눈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정교하였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멋진 눈 조각들을 감상하느라 영하 30도에 이르는 추위로 눈썹까지 얼어붙은 것도 잊은 채 마치 동화 속 나라에 놀러온 것처럼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 보던 러시아 군인의 털모자도 쓰고 옷도 4겹이나 껴입고 목도리를 휘휘 감고, 그야말로 우스꽝스럽게 중무장을 하고 말이다.
겨울철이라 해가 일찍 지고, 얼음 조각에 설치된 등불이 켜지면서, 말 그대로 빙등(氷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얼빈에서 보는 얼음 조각은 평소에 쉽게 볼 수 있는 동물, 꽃 조각이 아닌 웅장한 모습이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베이징의 자금성 등을 옮겨놓은 듯한 얼음 건축물들이 알록달록한 불빛을 내뿜으며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놀이와 형형색색의 조명들은 투명한 얼음조각과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맛보게 하였다. 그 때 느꼈던 가슴 한 구석을 울리는 경이로움은 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
단조롭고 온화한 날씨를 지닌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눈과 얼음의 세계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있음이 감사하다. 올 겨울에도 나중에 찾아보고 싶은 기억거리를 만들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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