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이 내린 창밖으로 나뭇가지가 휘도록 쏟아져 내리는 달빛을 바라보노라니 참으로 빠르게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세월 앞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모든 것에 대한 편리함이 주어지는 혜택보다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옛날 것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생각남은 아마도 우리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생각일 것이다.
여전히 아날로그 시간 속에 살면서 추억을 떠올리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우리 세대를,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흔히 세대 차이라고들 하겠지만 그래도 아주 오래 전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의 냄새가 그립고 생각남은 어쩌랴.
12월 밤하늘은 어쩜 그리도 높고 청명한지, 그 옛날 부모님 앞에서 자라던 시절이 떠올려진다. 가을이 오면 단풍색이 아름다워 색색의 단풍잎을 모아서 책갈피에 꼭꼭 눌러 넣었다가 그림 물감으로 노트에 단풍잎으로 찍어내던 추억이 있다. 눈이 오면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펄펄 내리는 눈을 맞아가며 친구와 꼭꼭 눌러 눈덩어리를 만들어 서로 던지며 눈물 나도록 웃어가며 놀던 일도 있다.
학교에서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조금만 늦어도 어둑어둑한 길 앞에 나오셔서 기다려 주시던 부모님이 생각난다.
우리 딸 이제 오니 하시면서 배고프겠다고 어서 밥상차려 오라고 하시면서 아랫목 담요 밑으로 나를 밀어 넣으시며 어서 먹으라고 하시던 자상하시고 지극하신 사랑으로 저희를 키우시던 우리 부모님들이셨다.
긴 세월이 흘렀다. 늘 옆에 있기에 또 부모님과 영원히 같이 살 것이라는 익숙한 생각이 부모님 그늘 밑에서 많이 풍족하지는 않았어도 부족한 것 모르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부모님의 은혜를 왜 그때는 몰랐을까.
지나고 보니 늘 옆에 있기에 또 너무 익숙하게 때문에 항상 누리며 살기에 주위에 놓치고 사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걸 알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사람이 부모로부터 태어나서 부모를 만나고 자식은 자라는 동안 부모는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나실 때 자식의 효도는 받아보지도 못하고 자식과 헤어지는 이별의 순리를 어느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삶의 하루하루가 쌓여서 추억이 되고 또 그 추억이 오랜 세월 흐르고 쌓여서 그리움이 되어 가슴으로 다가올 때 많은 사람들은 부모님을 떠 올리며 못다 한 효도에 가슴 아파하며 후회하며 사는 게 자식인가 보다. 추억 속에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지나 온 삶의 주름과 풍경을 생활이 잊혀지는 것이라면 삶은 기억되는 것이라고 했던가. 아버지! 오랜 세월이 흘렀을지라도 참으로 문득문득 지금도 뵙고 싶어진다.
지금 내 머리에는 희끗희끗한 반백이 수없이 돋아나고 있다. 부모님을 뒤로하고 한국에서 떠나올 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공항에서 뵈었던 아버지의 그 어떤 모습도 흐려지지 않고 수 십 년이 흘렀을지라도 그대로 제 가슴에 머리에 남아 있다.
어찌 자식이 부모의 모습을 잊을 수 있을까마는 자식의 효도, 딸의 도리를 못다 한 그 안타까움이 그 죄스러움이 더 깊이 아버지의 모습을 새겨 놓았나 보다. 오늘이 지나면 또 다시 내일의 태양은 떠오른다. 똑 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는 생활 속에 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젊은 날의 꿈 많고 호기심 많고 당당했던 세월도 긴 여정을 가면서 빛바랜 머리카락이 돋을 때면 호기심 많고 꿈 많았던 세월이 결국 어떻게 배반되어 가고 퇴색되어 가는가를 알게 해주는 긴 과정이다. 삶의 여정이 꼭 배반의 여정이 아닌 겸손함과 인내하는 법을 알게 해주는 세월의 흐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