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나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겁니다. 그때는 진심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본의아니게…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어쨋든 처음 진심을 끝까지 지켜나갈 의지나 능력이 부족한 탓일테지요. 그러고보면 순간의 진심이란 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진심이 귀한 것이긴 해도 유지하지 못할 진심이라면 그저 공중으로 쉽사리 증발해버리는 영롱했던 새벽이슬보다 더 허무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그러하듯이 저 또한 진심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긴 합니다. 마음에 없는 말을 시도때도 없이 해대는 사람 축에 끼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그 진심에 초지일관 일관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초지일관에 대해서도 그렇고, 일편단심, 전심을 다하는 것도 그렇고, 제 삶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 투성입니다. 용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고, 줏대가 없어서일 수도, 혹은 믿음이 없어서일 수도 있을테지요. 이유야 어찌됐든 이제는 순간순간의 진심만 남발하고 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분적인 진심만이 아닌, 이제는 무엇에든 전심을 이루어 살 때가 되었다는 자각이 비로소 든겁니다.
성경 속 호세아서 7장을 읽다보면 ‘뒤집지 않은 전병’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쪽은 익고 한쪽은 설익은, 한마디로 안팎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일테죠.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심심챦게 ‘히포크릿’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보니, 이 구절이 심상치 않게 다가왔습니다. 어찌나 마음이 찔리던지요. 저의 이중적인 모습을 참으로 절묘하게 묘사해 놓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제 나이 40 초반. 인생의 대충 반을 살았다고 할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이제는 뒤집을 때가 되었노라, 바야흐로 나머지 반도 익힐 때가 되었노라, 노릇노릇 쫄깃쫄깃 안팎이 골고루 익은 전병이 되거라… 마음 속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옳소이다, 옳소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뒤집어야 할텐데...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들을 뒤집어 바라보는 시야와, 뒤집어 살아보는 용기 또한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게 또 만만치가 않군요. 누군가 뒤집기 전에는 자신의 힘으로 훌떡 뒤집을 수 없는 것이 나약한 전병의 한계이니 말입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