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저녁 때가 되어 전화가 왔다.
식사 시간이 늦어 부지런히 테이블 준비하는 데 아들한테서 채널 4번에서 김연아 피겨 스케이팅 하는 것을 보라고 하니, “그래? 볼께 고맙다 전화 줘서!”하고는 계속 식사 준비를 했다. 그러다 순간 모처럼 전화 줬는데, 뛰어가 TV를 켜니 하늘색 파란 유니폼을 입은 예쁜 김연아가 밝은 TV 화면 가득 마치 화살을 뒤로 깊이 휘어 놓은 것 같은 자세로 뱅뱅 돌아가는 거보고 빠져 손으로 입을 막은 체 저녁 식사할 것을 잊어 버렸다.
그때까지 연아가 누구인지 몰랐다. 동양 아가씨로서 날씬한 큰 키에, 기자와의 대화에서 전연 어색하지 않아 생글 생글 웃으며 혀 짧은 애교 있는 영어로 잘 받아넘기는 밝은 앳된 목소리의 재치꾼이다.
전 세계 각 나라에서 자기나라 명예를 지워 내보낸 선수들이니 자기 나라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다 세계 일류들이다. 보람과 긴장 된 순간들이며 최고 명예로운 순간일 것이다. 11월 15일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연아 사진이 크게 실렸고 극찬을 하며 한국에서 온 스케이팅 선수 연아가 세계 신기록을 계속 갱신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한다.
나는 스케이트 기술에 대하여 잘 모르나 내 눈에 비치는 대로 연아가 단연 뛰어나 있다. 11월 21에 있은 시합에서 다시 최고 점수를 땄다. 챔피언 중에서도 챔피언이다. 몇 번 경연을 해야 하는지 모르나 할 때마다 최고 점수요 과거 기록을 갱신해버린다. 단연 연아는 세계 챔피언이요 미국 언론인들로부터 스케이팅 여왕이란 칭호를 받을 만하다.
연아의 공연이 끝날 때 모인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로 응원하며 한국 교포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외국 관중들은 연아 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를 높이 흔들며 함성을 날린다. 우리끼리가 아닌 잘하는 외국선수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며 같이 기뻐해 주는 이 사람들이 고맙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빙상 위에서 연기는 완벽을 장담할 수가 없는 모양으로, 연아 스스로도 자기는 완전하지 않다고 고백을 했는데, 허세 부리지 않는그 말이 챔피언 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엉덩방아 찧는 모양으로 어제 잘하던 선수가 오늘은 엉덩방아를 연거푸 찧는다.
연아의 마지막 포즈가 멋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본드영화 007의 음악에 맞춘 연기라 권총을 상징한다 하는데 예술적인 폼이요, 코치의 재치 있는 잠재 실력을 보여준 훌륭한 마무리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온 일류 스케이팅 선수들, 그 중에서 또 뛰어나야 하니 얼마나 피나는 훈련을 했을까 생각해본다. 옛적에 산파 면허 따기 위해 친구들과 재미있는 기숙사 저녁 시간을 뒤로하고 늦은 밤중에 혼자 책 들고 무시무시한 텅 빈 병원 귀신난다는 암실을 찾아 밤새우며 공부해서 합격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 금자탑이 되어 내게 안겨왔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김연아 부모와 코치의 수고와 또 아무도 모르는 외로운 김연아 스스로의 피나는 훈련의 결과일 것을 생각하며 지금 금자탑 위에 올라선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고통의 훈련 없는 성공은 없다.
금년 캐나다 올림픽 대회에서도 실수하지 않고 기어코 승리하기를 우리 소원의 화살이 과녁에 정확하게 꽂히기를 기대하며 기도드린다. 저 높이 뜬 작은 별 밝히 반짝이는 김연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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