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홍 상수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듯이 얘기하는 헤어진 옛 연인에게 여자 주인공인 고현정이 무심한듯 툭 내뱉는 한마디가 제목이기도 한 영화. 살면서 나 또한 그렇게 한마디 하고 싶었던 순간이 꽤 되었던 것 같다. 무심히 ‘넌 그렇잖아’라고 다 아는듯 얘기하는 친구 혹은 가족에게 ‘그때랑 달라…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들.
무던히도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나 또한 지난 설날, 정월 초하루부터 동생의 맘을 긁어 놓은 것 같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아직 애기가 없어 맘 고생하는 동생에게 생각없이 말을 던졌더니 차갑게 전화를 끊는 남동생이 좀 괘씸하였다. 그러다 문득 내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월 초하루면 가족이 모이는 날, 부모님은 물론이고 작은 아버지, 매형들 다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했을텐데 “하늘의 뜻이지” 라고 말하는 동생에게 ‘노력 좀 해’ 라는 말을 했으니…그때 동생은 아마도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몇 년전 아는 부부 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때다. 워낙 사람이 좋기로 소문난 그집 남자를 놓고 칭찬이 오고 갔다. 그 중 한명이 좀 칭찬이 길고 과하다 싶었는데, 생글 생글 웃으며 안주인 하는 말. “한번 살아봐. 정말 좋은가.” 순간 웃음이 멈추어지고 조금은 머쓱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그 뒷 말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아니였을까 싶다.
영화 ‘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 페스티발을 통해 소개되어질 예정이란 기사를 읽었다.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 바로 웹 페이지를 찾았다. 송 혜교주연의 호러 무비도 있다고 하니 재밌을듯 싶다. 아이도, 남편도 호러는 질색들이고, 나도 호러는 혼자 가기 싫고, 누구랑 갈까 생각하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오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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