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님께서 허락해주셔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SBS의 제갈성렬 올림픽 해설자가 스피드스케이팅10,000m 금메달을 딴 이승훈 선수에 감격하여 한 멘트이다. 당연히 불교계에선 발끈하여 해당 방송국에 공식적 사과를 요구하고 제갈씨는 그 영광스런 올림픽 해설자 자리에서 해고 당했을 뿐 아니라 어느 방송대 교수의 의견으로는 이번 일이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위배한 심각한 사항으로 해당방송국 자체의 징계까지 물게 될 줄 모른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 같은 세계 선진국대열에 서게 된 데는 기독교와 그 문화가 으뜸가는 공을 세웠다는 평가에 인색해할 사람들은 드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불교와는 다르게 타종교에 근본적으로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기독교의 종교적 본질 때문에 한국의 비기독교인들이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에게 강한 이질감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덜 성숙하거나 너무 익어 맛이 간 듯한 몇몇 기독교인들 마저 막강하게 성장한 한국 기독교의 교세를 믿고 타 종교를 배려하지 않는 부주의한 언사나 태도를 보여 공동체 사회 안에서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신의 이름을 찬양하고 그를 높이는 것은 자신을 피조물이라 여기는 모든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 그런 제갈씨로서는 매우 당연한 일일 뿐이고 오히려 어떤 기독교인들은 그의 행태를 칭찬하기도 할 터이며 그는 앞으로 이번 일로 전국교회를 돌며 간증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제갈씨가 만약 ‘주님께서’라 하지 않고 ‘신’이나 ‘창조주’ 또는 ‘조물주’등의 일반적 호칭을 썼다면 최소한 불교계의 불만까지는 안 살 법도 하지만 그 말 또한 무신론자들이 듣는다면 눈썹 끝이 약간 올라갈 일이기도 할 터이다.
그런데 왜 제갈씨가 굳이 수많은 비기독교인들이나 여호와의 증인들까지 거부감을 느끼는 ‘주님’이라는 종파적 호칭을 공적 방송에서 써서 본인의 무덤을 파는 행동을 했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마 무의식적이고 반사적 단어선택이었을 것이다. 매사에 주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다 보니 그런 말이 엉겁결에 툭 튀어나왔다고 좋게 보아줄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의 지극히 겸손한 삶이 욕을 먹게 된 데는 그보다 오히려 이름이 여럿인 신의 잘못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호와의 증인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스스로를 여호와라 불렀기에 신의 이름을 반드시 여호와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유대인들과 대부분의 기독교 종파에서는 인간이 감히 신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못한다고 하여 여호와로 부르지 않고 주인이라는 뜻의 ‘로드’ 또는 ‘아도나이’로 부르며 우리나라에선 ‘주’ 또는 ‘주님’으로 번역하여 쓴다.
이슬람교에선 신을 ‘알라’라 부르고 어떤 지역의 모슬렘들은 자기들에 타종교인이 신을 알라로 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어로 ‘God’로 표현하면 기독교나 유대교식 유일신이요 god로 표현하면 잡신이라고도 한다.
신이 우리에게 여러 이름으로 불러달라 부탁은 아니했을 듯한데 어쩌다가 신께서 그렇게 여러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지 제갈씨의 불행이 남일 같지 않은 건 나 역시 창조주를 ‘주’라 부르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이름이 과연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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