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은 현대·기아차에게 의미 있는 한해였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빠진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약진은 GM, 도요타 등 공룡 기업들의 몰락과 맞물리며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판매 기준으로 세계 4위, 영업이익으로는 세계 정상에 올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딩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다. 대다수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어렵게 올라선 정상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고속질주는 도요타와 GM이 세계 정상에 올랐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도요타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세계시장에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으며 딜러들로부터 ‘없어서 못 파는 자동차’라는 명성을 얻었다. 도요타의 경영진은 당연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확대에 나섰고 지금의 거대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팽창과 우수한 품질은 병행하기 힘든 요소였다. 일본에서 전량 생산하던 고품질의 도요타 자동차는 해외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그 명성을 잃어갔으며 결국 지난해 10월 불거진 가속 페달 문제로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리콜하는 수모를 겪었다. 정상에 오른 지 불과 5년여 만에 나락으로 추락한 것이다.
GM은 어떠한가. 자동차 문화의 종주국인 미국을 대표하는 GM은 한때 자동차 산업 그 자체로 불릴 정도로 많은 생산량과 기술력을 자랑했다. GM의 몰락은 GM에 대한 국민들의 조건 없는 사랑에서 시작됐다. 신차를 내놓기만 하면 히트 상품이 되고 GM마크를 달았다는 이유로 고객들은 무조건 지갑을 열었고 이는 GM을 오만하게 만들었다. 오만해진 GM은 방만한 경영으로 고객으로부터 멀어졌으며 노조와 경영진을 썩게 하고 결국 2등 브랜드로 뒤처지고 말았다.
현대·기아차는 2013년까지 상용차 20만대를 포함, 글로벌 생산·판매 650만대를 목표로 확장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량 생산하던 시스템도 전 세계에 현지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생산 판매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품질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말 그대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만 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대우 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북미시장에서 10년 10만마일 워런티에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과 같은 고객 친화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도요타와 GM의 몰락은 현대·기아차에게 좋은 교과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의 황금기가 오랜 기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민규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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