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샤의 지역 농산물 장보기에 대해 쓸까 생각했었다. 토요일 새크라멘토 다운타운에서 벌어지는 칠일장이야기다. 더불어 오드리 엄마가 알려준 Crop Swap 이야기도 전해볼까 했었다. 집에서 기른 과일이나 채소를 바꿔 먹는 21세기 전근대적 물물 교환시스템이다. 둘 다 땅의 기운을 북돋우고 우리 몸에 쌓여 있는 인위적 호르몬과 화학물질을 내 보내주는 번거로운 구식 생활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시에서 Green Landscaping 조례를 통과시킨 기사를 보고는 소재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고백이 큰 가르침으로 울려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조경을 새로 하거나 바꿀 때는 반드시 풀밭을 만들어야 한다. 하수관이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빗물을 모두 받아 흘려 보낼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땅 속으로 스며들도록, 흙을 살려주고 그 위에 나무와 풀꽃이 피어나 자라나도록 푸르게 만들자는 것이다.
콘크리트로 매끈하게 발라놓은 도시, 하이 힐 신고 걷기 편하고, 바짓단 젖을 일 없다. 모던 필도 느껴진다. 그렇게 백 년을 버티어 왔다.
이제는 늘 내리던 빗물을 더 이상 받아 내기 어려워 졌다 고백했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고 생명이 자라도록, 순리에 따르겠다는 항복 메시지를 내 놓았다. 백 년의 시간이 긴 듯 하지만 지구의 나이로 보면 코털 하나 뽑을 시간이다.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내릴 비는 천 년 만 년 이어질 것이다. 이제라도 어머니 지구의 말을 듣겠다고 수그러들어 다행이다.
어렸을 적 여름에 물난리가 나면 우리 반에 한 두 명은 수재민 친구가 나오곤 했다. 코흘리개들 말이지만, 지금도 기억난다. 제일먼저 오물이 둥둥 떴다고 했다. 우리가 뱉어 놓은 모든 것들이 차 오른다. 샌프란시스코의 빗물이 넘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 작은 도시가 이렇게 항복하고 콘크리트 걷기를 시작했는데, 내 고향 한반도는 온 강줄기를 콘크리트로 바른다고 한다. 지난 정부는 거대한 서해 바다를 막았고, 이번 정부는 내륙 4대강마저 포장해 버린다고 야단이다. 그렇다면 롤러코스터를 탄 빗줄기는 어디로 가게 될까? 어쩌면 한반도는 100년에 한 번쯤 “땅의 숨길”을 막은 책임을 지어야 할지 모른다. 부디 한 도시의 작은 항복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