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마더스 데이! 엄마, 제가 보낸 어머니날 꽃 받으셨어요?” 전화기에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의사로 근무하는 딸은 언제나처럼 바쁘다는 말을 계속 한다.
얼마 전에는 작은 수술을 했다면서,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로 허파가 조금 납작해져서 산소 공급이 잘 안 되어 숨쉬기가 힘들어 가슴 한쪽에 구멍을 뚫어 작은 튜브를 넣고 산소공급을 해주니 금세 상처 난 허파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바람 빠진 풍선에 바람을 넣어 둥글게 한 것처럼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위에서 자동차가 붕붕 철컥 소리가 나면 이상이 있다고 느끼듯 심장박동이 이상하게 느껴지면 금방 잘못된 것을 알아내어 거기서부터 시작한다고 하며 신장은 싱크대와 같아 물 빠지는 것이 안 빠지면 금방 큰일 난다라며 주위 사물에 우리 몸의 이치가 다 있다고 말한다.
“엄마, 참 저요 이번에 아이티에 의료봉사 가요.” “뭐라고, 너 꼭 거기에 가야 하니, 딴 데는 없니? 거기는 얼마 전 지진도 나고 제일 힘든 나라이고 또 전염병도 있을지 몰라.”
얘기를 해 놓고 나는 너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말한 것을 금방 후회했단다. 8개월 전쯤 너는 큰 해군 군함을 타고 몇 명의 다른 의사, 간호원 등 의료진과 함께 병원시설, 숙박시설이 모두 되어 있는 그 해군배로 2주 동안 무료진료를 다녀왔다고 했지. 남미의 여러 섬을 돌면서 어떤 곳은 병원시설도, 의사도 없고, 또 약도 제대로 없는 곳들이 많더라면서 새삼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를 느꼈다고 했었지. 그리고 지구상에 아직도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도 했지.
그런데 네가 지금 가는 곳은 전보다 더 못살고 지진까지 났으니, 혹시 전염병이 돌면 어쩌나 하는 나의 지나친 걱정이 먼저 앞서서 그렇게 얘기했단다. 하지만 지금 그 사람들이 너의 도움을 더 많이 필요로 할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함께 든다. 너를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쁜 시간을 내서라도 그들을 돕는다는 것은 힘들지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네가 먼저 깨닫고 실천에 옮기고 있구나.
이곳 워싱턴 지역의 한국 의사 선생님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정말 쉽지 않아 보이는 의료, 선교 봉사들을 가시는걸 보면 그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 보일 때가 많단다. 주위에서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라고 항상 얘기 했었지만, 우리 1세대는 이상하게 생활에 끌려 다니다 보면 변명 같지만, 직장을 쉽게 떠나지도 또 과감하게 업소를 닫고 봉사활동을 떠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가끔 다른 2세 아이들도 봉사를 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우리 1세들이 못하는 것을 너희들이라도 할 수 있어 2세들이 자랑스럽다라는 생각도 드는구나.
오래 전 내가 의사의 길이 멀고 힘들다고 했을 때, 너는 힘들어도 그것을 엔조이할 거라고 했던 말이 새삼 생각난다. 옛 말에 불란서 사람은 돈이 생기면 여행을 가고, 중국 사람은 술을 사먹고. 한국 사람은 집을 산다는 말이 있지만 돈을 벌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또 돈을 조금 적게 벌더라도 남을 먼저 돕는다는 너희 세대들이 인생을 바르게 살고 있는 것이란다. 어디에 있던 언제라도 항상 건강 주의하고 엄마 약국에서 더 필요한 약이 있으면 전화하렴. 바로 보내줄게.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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