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가 외국 미디어를 통해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개봉된 ‘커플 테라피’(Couple’s Retreat)라는 영화엔 한국식 매춘문화를 비꼬는 내용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한 쌍의 커플이 마사지를 받는데, 주인공 남성이 마사지 업소에서 직원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내며 ‘코리안 스타일’로 해달라고 한다. 이때 여성 마사지 직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코리안 스타일이 뭘 말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남자 주인공이 언급한 코리안 스타일은 소위 ‘퇴폐 마사지’를 뜻하는 것이었다.
영화도 아닌 공중파로 방송되는 미국 드라마에서 어이없게도 한국의 체벌문화를 풍자하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주 방영된 인기 과학수사 드라마 ‘CSI: 마이애미’의 한 장면인데, 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한 여자아이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우리 엄마는 ‘코리안 방식’으로 우리를 가르쳤다”고 경찰관에게 진술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회상하는 재연 장면에서 아이가 실수를 하자 엄마가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연한 93년작 ‘폴링다운’은 한인 비하문제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영화였다. 주인공 마이클 더글러스가 공중전화를 걸기 위해 한인 마켓에 들어가서 잔돈을 바꿔달라고 하는데 이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한인 업주가 비열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주인공은 “전쟁 때 도와줬는데 배은망덕하다”며 한인 업주를 구타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한인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과 한국식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할리웃에서 한인들이 돈만 밝히는 냉혈한이나 퇴폐문화를 즐기는 부류 정도로 그려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인식이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얼마 전 유학시절 동창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외국인 친구가 “코리아타운의 한인들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는 아름다운 여자가 나온다고 들었다. 코리안 스타일이 너무 신기하고 좋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하는 통에 마음속으로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류 열풍, 불고기와 갈비, 비빔밥 등 한식의 세계화, 그리고 붉은 악마의 월드컵 응원 문화 등 세계인들이 한국과 한인들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으로 기억하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뇌리 속에 ‘코리안 스타일’ 하면 퇴폐문화나 체벌 등이 먼저 떠오른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전국적으로 한인 마사지 업소나 한인 여성들이 불법 매춘혐의로 줄줄이 적발되고 있다. 극히 일부 모습을 마치 전체인 것처럼 부풀리는 미디어의 지나친 스테레오타이핑을 지적하고 인식을 바꿔나가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이같은 소지를 제공하는 불법 행태와 부정적 모습들을 자정해 나가야 한다는 한인사회의 자각이 절실할 것 같다.
김철수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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