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강 (전 뉴욕한인회 문화분과위원장)
내가 미국으로 건너오기전 1960년대의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를 돌이켜보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라하고 쓸쓸한 것이었다. 표를 사 갖고 음악회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어쩌다 가보면 관객은 앞줄 서너 줄에 앉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의 사정은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2005년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에 참가한 오케스트라는 20개 단체에 이르고 있으니 전국 시도청이 각기 한 개의 교향악단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놀라운 발전상이 아닌가. 때문인지 예전에는 한국의 음악수준을 무시하고 일본까지만 다녀가던 유명 연주가나 2류 오케스트라들이 지금은 한국을 앞다투어 찾
아가고 있는 것이다.
뉴욕 필이 2008년 2009년 한국을 다녀왔고 고전음악의 종가인 구라파의 유명음악인들이 줄지어 한국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6월1일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 서울예술의 전당 전속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한국인 오케스트라들이 뉴욕을 찾아와 흡족하고 현란한 음악을 교포들에게 선사하고 돌아갔다. 이것은 오직 한국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고 행복이라 하겠다. 이번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 대해서 뉴욕타임스가 뮤직리뷰를 실었다. 나는 이 기사를 읽다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망설이는 기분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내용은 대체로 호평이었다. 무수한 유능음악가와 특히 정 패밀리와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한 한국이므로 서양음악인들에게는 풍성하고 매력적인 시장이 되고 있다고 하였다. 프로그램 하나 하나의 세밀한 해설과 오케스트라의 주축이 되는 현악기들에 대해서 호평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정신이 번쩍 든 부분은 한국인 관객에 대해 평한 몇 줄이었다. 또는 너무 잘 하니까 좋아서 못 참고 박수를 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기자는 이 열정적인 박수가 오히려 음악의 흐름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괴하고 망치고 있었다고 적고 있다. 예외는 있다. 오페라에선 주인공이 독창을 하거나 열렬히 박수 치며 브라보를 연발한다. 서양음악은 구라파가 본산지이므로 우리는 그들의 관습을 따를 수밖에 없다. 박수는 경의와 찬사의 절대적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 사이사이의 이 박수가 단원들이나 지휘자의 악상과
영감을 뒤흔들고 방해하게 한다면 우리는 당연이 자제해야 할 것이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도 돌아서서 답례하지 못하는 곤혹스러운 지휘자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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