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그리스와 첫 경기를 너무 기분 좋게 치러서일까.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결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에게서는 두려움이나 부담보다는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대표팀은 14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숙소인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헌터스레스트 호텔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했다. 한국 취재진과 선수들이 자유롭게 인터뷰하는 자리였다. 비록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극전사들은 재치있는 말솜씨를 뽐냈다.
일단 허정무 감독은 오는 17일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면서 "어쩌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하지만 다윗이 이겼다"는 말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공격수 박주영(모나코) 역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등 세계적 선수들이 많은 아르헨티나와 대결에서 "그들이 비싼 몸값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며 당당히 맞서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같은 테이블에 앉지는 않았지만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박주영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어 "그런데 내 말을 잘 안 듣는 게 문제다"고 말해 웃음꽃이 피게 했다.
그리스와 1차전 후 갑자기 수비수 차두리(프라이부르크)의 인기가 치솟았다.
차두리가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자 팬들은 ‘차두리는 아버지인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조종하는 로봇’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차두리는 이에 대해 "엄마 뱃속에서 나왔으니 나는 당연히 로봇이 아니다"며 미소를 지었다.
빼빼 마른 체구에도 악착같은 플레이로 그리스전 승리의 밑거름이 된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광주)는 그리스에 이기고 나서 국군체육부대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통화는 다, 나, 까로 합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정우는 지난해 말 군에 입대해 현재 일등병이다.
그리스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얼마 밟아보지도 못하고 나왔던 미드필더 김재성(포항)도 할 말이 있었다.
그는 "울면서 들어갔다. 그런데 진짜 눈물이 나오려니까 휘슬이 울리더라"며 스치듯 지난간 월드컵 본선 첫 출전의 감격스런 순간을 떠올렸다.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해 12년 만의 월드컵 본선 경기 출전을 준비하는 이동국(전북)은 한 취재기자의 입에서 "몸 상태는..."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몇 %냐구요?"라고 먼저 말하며 웃어보여 상대를 머쓱하게 했다.
(루스텐버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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