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경암 스님이 쓰신 천안함 침몰사건과 전쟁설을 잘 읽었습니다.
스님 바야흐로 여름 안거입니다. 초여름 무더위에 면벽(面壁)하시기도 힘드실텐데 시를 쓰시고 칼럼까지 쓰시고 알듯 모를 듯 부처의 미소 속에 숨은 진실을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가르침까지 주시느라고 야단법석(野壇法席)이시겠습니다.
그렇지만 범부(凡夫)인 나로서는 어쩐지 모르게 전상(全象)이라는 열반경의 설화에 나오는 장님의 코끼리 만지기식인 부채와 같은 귀와 긴 절구통 같은 코와 기둥 같은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 전체를 망평(妄評)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스님의 말씀 속에 보이지 않는 송곳니와 날카로운 손톱이 보이는 듯함에 있습니다.
미군 탱크에 희생된 여학생의 죽음과 천안함의 슬픔이야 스님뿐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스님의 천안함에 대한 칼날 같은 증오는 증오로서 절대로 풀어지지 않습니다. 미움은 미움의 반대의 길을 가야만 풀어진다고 불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구도의 마음은 나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이나 혹은 예수나 부처가 길을 닦아줄 수 없습니다. 예수나 부처는 올바른 길을 가르쳐 줄뿐이지 자기 스스로 길을 닦지 않으면 증오와 갈등의 영원한 대립으로 전상의 설화격이 되기 십상입니다.
스님은 친북 세력을 북송하거나 격리하지 않으면 온 나라가 천안함 신세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스님이 증오하는 종북 세력은 무엇인가요? 하여튼 잃어 버렸다는 십년의 대명사 김대중, 노무현과 그 두 분을 찍었던 국민이 아니던가요? 안전한 음식을 먹겠다고 촛불을 밝혀든 어린 학생들이 아니던가요? 옳은 말을 하면 빨갱이가 되는 소수와 제대로 교육을 시키겠다는 전교조 선생들이 아니던가요? 고명하신 어느 목사도 스님과 같이 저주 넘치는 증오의 설교를 했습니다. 공산당 북한 사람들의 목을 뎅겅 잘라 달라고 기도 했고 김대중 노무현은 빨갱이여서 지금쯤 지옥에 있을 거라고 설교를 했습니다.
스님의 말씀과 목사님들의 설교는 반드시 어딘가에 자국을 남기게 마련입니다. 스님의 말씀대로 미국의 신형 전투기가 북한을 선제 공격하여 초토화시켜주면 그렇게 고맙겠습니까? 미국 군대가 내 민족 반을 죽여주는 것이 그렇게도 고맙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승리는 특히 전쟁의 승리는 패배자가 너무도 처참하기 때문에 씻기 어려운 미움을 가져옵니다.
특히 불교에서는 살생을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전쟁을 하였지만 불교만은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십니다. 세상살이, 사람살이가 남의 잘못은 쉽게 알 수 있으나 자기의 잘못은 알기 어렵고 또한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왜 천안함의 진실이 미흡한지도 밝혀져야 되고 극우들이라는 애국자들도 알아야만 됩니다. 사람들도 부족하기만 한 생활과 죽음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종교를 믿고 있습니다.
항상 미흡하기만 한 욕심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도피 행위가 종교 행위로 나타나듯 보이고 있는 미흡한 것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극우이건 극좌이건 그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정신의 자유를 가로 막는 살기 넘치는 증오심으로는 천당과 극락이라는 진리의 땅을 밟을 수가 없습니다. 스님은 작년에도 미국 숭배와 반미세력을 증오하는 ‘6.25전쟁 시’를 쓰셨습니다. 어떤 물건을 저울에 다는 것은 무게를 알기 위함이지 저울에 담긴 물건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쇠 절구를 갈아 바늘을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이동원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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