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서울과 인천 교회의 집회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면서 솔직히 마음의 설레임은 어머님을 다시 뵙는다는 기쁨이 컸다. 어머님은 금년에 98세이시다. 생전에 자주 가서 뵈어야지 하는 생각은 굴뚝같지만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형편이라 이번 방문이 기쁘고 기다려졌다.
어머님은 인천 형님댁에 살고 계신다. 공항에 내려 R호텔에 숙소를 마련했으니 이틀을 푹 쉬고 모래 뵙자는 마중 나온 목사님과 장로님의 친절한 호의에 양해를 구하고 우선 어머님을 뵙고 가겠노라고 말씀드리고 형님댁으로 향했다. 내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으신 어머님은 창가에서 서성거리시면서 기다리고 계셨다. 반갑게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는 우리 내외는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어머님은 눈물을 글썽글썽 거리시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 합니다’ 만 연발하셨다. 2년 만에 뵙는데 그간 더 훨씬 더 여 의신 모습이라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98세의 연세에 어머님은 참으로 건강하시고 깨끗하셨다.
그간 어머님을 잘 뫼시고 계시는 형님 내외분께 감사한 마음이 그지없다. 더구나 형수님께 감사하다. 시집오신 그 다음 해에 아버님이 돌아 가셨으니 홀로되신 시어머님을 50여년 넘게 모시고 계시니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하다.
우리 어머님은 9남매를 두셨다. 그런데 6.25 피난길에 누이를 잃으시고 만삭이 되어 제주도까지 피난을 가셨던 어머님은 난산으로 낳자마자 아들을 잃으시고 그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설상가상으로 퍼진 유행병으로 참으로 예뻤던 두 딸 금숙이와 정숙이를 또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야 하셨으니 그때 어머님의 쓰라린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크셨을까.
특히나 목사님의 따님이셨던 어머님은 자식 하나는 기필코 주의 종이 되게 하겠다는 시집 오실 때의 꿈을 나에게 두셨다. 그것은 해주로 시집을 가셔서 생사를 알 길 없는 고모님이 자주 들려주신 이야기 인데 내가 태어나자 탯줄을 자를 때 잘못해서인지 태열로 알았던 나는 고름 덩어리로 3년을 꼬박 누어만 있었다고 한다. 어린것이 3년을 누어있었으니 어머님의 지성스런 보살핌은 이루 말할 나위가 없으셨으리라 어머님은 생사를 오가는 어린 것을 품에 앉고 걱정하고 계실 때 어느 날 동네 할머니가 자고로 자식의 똥이 쓰면 죽고 똥이 달면 산다는 말을 들으신 어머니는 여러 번 내 똥을 찍어 잡수시면서 “이 자식을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 주시면 주님께 드리겠습니다”라는 서원 기도를 수도 없이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님의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로 나았고 어머님의 서원 기도와 끝임 없으신 기도의 은덕으로 목사가 되었고 또 역시 어머님의 그 한이 없으신 기도 덕분에 목회를 마치고 은퇴하게 되었다.
내가 워싱턴에서 목회하던 때 어머님을 모시고 와서 2년 가까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구경도 시켜 드리고 다 접해 드렸는데 그때 그 일을 잊지 않으시고 이번에 자주 자주 말씀 하신다. 미국에 다시 오시고 싶어 하신다. 그런데 어머님이 건강만 좋으시다면 백번이라도 다시 모시고 와서 이젠 은퇴도 했으니 많은 시간을 드려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싶은데 건강이 여의치 않으셔서 그럴 수가 없어 마음이 아프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형님댁에 머무르면서 어머님과 함께 지냈다.
떠나오는 날 아침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박 목사, 나죽으면 올 거지..., 하시던 어머님의 그 떨리는 목소리가 지금 귓전에 울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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