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전에 사람들은 살 집을 찾았다. 그 후에는 사는 것은 생각하는 것조차 꺼려했다. 지금은 완전한 조건에 완벽한 집을 사려 한다. 까다로운 바이어들이 마지막 순간 여러 가지 요구 조건을 달아 셀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딜이 깨지는 등 침체에 빠진 주택 시장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는 호황 때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그 때 바이어들은 매물로 나온 집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집을 팔기만 하면 현 오너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편지를 쓰기도 했다. 지금 바이어들은 완벽한 집만을 고집하며 셀러들은 혼돈에 빠져 있다.
온갖 요구 조건-안 들어주면 안 사
겨우 거래 성사돼도 분위기 냉랭
올라인 브로커 레드핀의 총수인 글렌 켈먼은 “바이어들이 세계 레슬링 대회를 보고 기법을 배운 것 같다”며 “마지막 순간 검사를 해 요구 조건을 내걸어 셀러가 거절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의 8,000달러 택스 크레딧이 끝나면 주택 시장이 침체를 겪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전국에서 들어온 통계를 보면 지난 달 택스 크레딧이 끝나자 주택 시장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금융 위기가 최악을 벗어나던 작년 5월에 비해 판매가 20% 이상 줄었다.
건설 회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5월 신축 주택은 4월에 비해 17%가 감소했다.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준 것이다. 건축 퍼밋도 10%나 급락, 여름 건설 경기도 나쁠 것을 예고했다.
이자율은 수십년래 가장 낮지만 거래 증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모기지 은행협회는 작년에 비해 주택 구입 모기지 신청이 1/3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 시장 규모가 훨씬 작았던 90년대 중반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바이어들은 이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시애틀에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존 사이먼스는 자기 집을 34만 달러에 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바이어는 2만4,000달러를 들여 지하실이 물이 새지 않도록 공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완전히 비현실적인 요구”라며 “집이 언덕에 있어 한 번도 물이 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카운터오퍼를 내자 바이어는 구입을 거절했다. 이 집은 가격을 좀 낮춘 상태에서 새 바이어에게 팔렸지만 2,500달러어치의 전기 공사를 해주기로 했다.
바이어들은 자신들이 약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카고에 사는 경제 컨설턴트인 크리스 던은 지난 달 53만9,000달러에 나온 집이 마음에 들어 50만 달러에 오퍼를 넣었다. 그러나 검사 결과 창문을 갈아야 한다고 나와 셀러에게 1만 달러의 비용을 요구했고 셀러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가 그렇게 심하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셀러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사지 않을 것이고 들어주면 산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셀러가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융자 원금도 갚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서 팔아야 한다.
뉴저지 주 몬클레어의 에이전트인 로버타 볼드윈은 “사람들은 집 재융자를 통해 여행 경비도 마련하고 지붕을 새로 하는가 하면 자녀 학자금으로 썼다”며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딜이 성사되더라도 당사자들은 기뻐하기보다는 지쳐서 끝나는 경우가 흔하다. 볼드윈은 “바이어들은 사줬다는 데 대해 감사를 받고 싶어하고 셀러는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해 화를 낸다”고 말했다.
깨진 딜에 대한 정보는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새크라멘토에 있는 라이언 부동산의 마이크 라이언은 마지막 순간에 깨지는 딜이 전체의 15~17%는 된다고 말했다. 보통은 5% 정도였다.
그는 “차압 매물이 쏟아지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며 “바이어들은 모든 셀러가 다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0명의 에이전트를 채용하고 있는 그는 “바이어들은 ‘세상이 끝나고 있다’, ‘나는 완벽한 집을 원한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택스 크레딧이 최악의 상황은 막아줬는지 모르지만 그 효과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인디애나폴리스의 경우 5월 계약은 전년에 비해 32%나 줄었다. 미니애폴리스는 25%, 시애틀은 20%, 새크라멘토는 10%, 하트포드는 42%나 감소했다. 마이애미 같이 일부 지역은 늘어난 곳도 있다.
계약은 사인한 후 보통 6~8주가 지나 확정된다. 택스 크레딧이 유효했던 4월에 사인한 계약은 현재 완료되고 있기 때문에 택스 크레딧이 끝나면 얼마나 타격이 올 지는 가을이 돼야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택스 크레딧 때문에 5월 계약이 좀 줄었을지는 몰라도 7월이 되면 사람들은 다시 집을 살 것이라는 것이다. 모기지 은행협회 구매 지수는 5주 동안 하락하다 지난 주 소폭 상승했다. 협회 측은 이것이 바닥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디모인의 존 존슨은 지난 2년간 집을 사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1981년에 지은 그의 집은 새집으로서의 매력도 오래된 집으로서의 가치도 없다. 지난 가을에 오퍼가 하나 들어오기는 했지만 바이어가 조건을 너무 많이 걸어 깨졌다.
가격을 20만 달러로 내렸지만 지난 번 오픈 하우스에 단 한 명만이 찾아왔다. 에이전트는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곳에서 팔린 주택 수는 전년에 비해 47%나 줄었다. 그는 “집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풀타임 잡”이라며 “은퇴를 해 이 일로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