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부대로 UN군과 협동 낙동강전투 참전
▶ 도를 넘는 자유는 자기파괴 행위, 국가의식 교육 절실
"중대전체가 인민군에 포위돼 그날 밤 전투에서만 대원 3분의 1이 전사했습니다."
1950년 7월에서 8월까지 대구남단 ‘낙동강지구 공방전’의 처절한 전투에 참전했던 ‘달라스 6.25 참전국가유공자회’ 김연철(86)회장인 자랑스런 노병을 유공자 사무실에서 만났다.
“경찰도 6.25에 참전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15살 어린 학도병들도 전쟁에 나가는 상황인데 경찰이라고 한가하게 치안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김연철씨는 1950년 6월 충북경찰청 청주경찰서 오창지서에서 순경으로 근무 중 6.25를 맞았다. 전쟁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자 김씨는 수도사단, 3사단과 함께 대구 팔달교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고 대구남방 지천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가 소속된 경찰은 ‘제11경찰전투대대’로 편성돼 그해 7월 대구지역에서 ‘유학산전투’를 치른 후 곧바로 낙동강전선에 투입됐다.
“1950년 8월 어느 밤이었습니다. 고지를 점령해 있던 우리 중대가 수 천 명의 인민군에게 완전히 포위돼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김씨는 적군의 총탄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탈출하면서 수많은 동료 경찰관들이 눈앞에서 산화하는 것을 목격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극한상황에 이르면 초인적인 힘이 솟아나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그날의 전투를 포함해 김씨는 전쟁중에 경험한 모든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전투에서 중대장을 포함 40명이 넘는 전우가 전사했는데 묘하게 부상자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고지를 방어하는 부대가 3분의 1이 전사했으면, 연대규모는 됐음직한 적의 공격부대는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낙동강 강물이 피아 전사자의 피로 온통 붉게 물들었다는 증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UN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이 수복되고 전세가 역전돼 1950년 9월말 김씨는 충북청주로 귀대해 경찰 본연의 임무로 돌아갔다.
“전방에서는 국군이 북진과 후퇴를 거듭하고, 치열한 고지전투가 계속되는 속에서 우리 경찰은 나름대로 충북지역 산악지대에 숨어있던 공산유격대를 소탕하는 전투를 치렀습니다.”
휴전 후 1959년 김씨는 11년간의 경찰생활을 청산하고 민간인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미국 땅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고국의 안보상황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수가 없습니다.”
특히 최근 ‘참여연대’가 UN안보리에 문제의 서한을 제출한 사건에 대해 김씨는 “말로 표현조차 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같은 동족에게 또다시 총을 쏘겠느냐구요? 공산주의자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90을 바라보는 깊은 주름이 패인 노병의 얼굴에 허탈감과 분노가 일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민주주의가 도를 넘었습니다. 이것은 자유가 아니라 자기파괴에 가깝습니다.”
6.25전쟁에 참전해 나라를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당신 손으로 직접 건져낸 노병들은 한결같이 고국의 최근 안보상황에 깊은 우려와 걱정을 토로했다.
“요즘의 무너져가는 국민안보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국민교육 정책을 펴야합니다.”
“6.25전쟁을 뭐라고 정의한 줄 아십니까? ‘괜한 미군의 개입으로 인해 실패한 조국해방전쟁’이래나 뭐래나....지난 정부시절 통일부장관인가 뭔가를 한 인물이 한 말이예요.”
김씨는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추진한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지금이라도 국가를 제자리로 갖다놓기 위한 의식운동을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30만 전몰자들의 통곡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이번 6.25특집기획을 마무리하면서 기자는, 전쟁의 참화속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기위해 젊음을 불사른 6.25참전용사들의 통분에 가까운 절규를 피부로 느꼈다.
6.25는 60년 환갑을 맞는다.
주변강대국들의 이해가 충돌하고 전 세계적인 냉전의 부산물로 치부되는 한국전쟁. 그러나 그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민족 곁에서 맴돌고 있다.
“6.25는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쟁이기 이전에 우리민족이 서로를 번갈아 가면서 죽고 죽인 참극이었습니다.”
60년이 흘러도 현재진행형인 한국전쟁, 노병의 마지막 말이 텍사스 여름날 뜨거운 열기보다 더 무겁게 이 지역 한인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박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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