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한인교회연합(KCC)’ 대표 간사 손인식 목사
“끝이 보이는 게 분명합니다. 지금은 동족을 살리는 일에 더욱 힘을 써야 할 때입니다.”
KCC 대표 간사를 맡고 있는 손인식 목사(LA 베델한인교회)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끝이란 곧 북한 김정일 정권의 종말을 뜻하는 말. 손 목사는 “여러가지 정황을 볼 때 분명히 그렇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병세 악화,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민심 동요, 권력 공백으로 인한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천안함 공격 사태, 배급 중단... 손 목사는 ‘밤이 깊을 수록 아침이 가깝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워싱턴에서 이번에 열리는 횃불대회는 동족이 당하고 있는 아픔을 함께 슬퍼했던 통곡 기도회와 달리 뭔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결과를 목표로 하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탈북 고아들을 먼저 품어야...>
다음 달 13일과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횃불대회에 손 목사가 남다른 기대를 거는 것은 한미 교계 지도자들과 미 주요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많게는 1만명에서 최소 3,000-4,000명은 될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 탈북 고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돼 있고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탈북 부모를 따라 나온 아이들, 탈북 여성이 노예로 팔려가 낳은 아이들... 그야 말로 어른 이상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은 어쩌면 더 시급한 사안이다. 손 목사는 “법안이 통과된 후에라도 시행이 늦어지면 한인 시민권자 어머니 1,000명이 탈북 고아들을 끌어안고 제3국 내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다는 미국 사회의 건전한 입양 문화와 아이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정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의 심성에 호소한다면 북한 인권 실태를 미 주류사회와 국제 여론에 알리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대를 잇는 민족 사랑>
KCC 워싱턴 횃불대회의 목표의 또 하나는 1.5세 및 2세 한인들에게 동족이 당하고 있는 아픔을 깨닫게 하고 이들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도록 격려(Mobilize)하는 일이다. 손 목사는 “국회의사당 옆 잔디밭에서 열리는 시위나 중앙장로교회에서 마련되는 기도회에 부모들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도 괜찮다. 한국 역사나 정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공화·캔사스), 에드 로이스 연방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 등 미 정치인들이 직접 연설하는 데다 분위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KCC의 한미 대표자들은 한인 자녀들이 북한인권운동에 보다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앞으로의 사업을 모색하는 컨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인원 동원 차원을 넘어서서 한인 젊은이들이 KCC 캠페인의 주체가 되도록 훈련하자는 목적이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바른 민족관과 역사 의식을 심어주는 일은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교회 내에 깊숙이 들어와 복음주의적 신앙을 가진 젊은이들을 혼란시키는 친북 좌파 그룹의 확산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KCC 지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KCC는 한국 교회들이 스스로 KCC와 같은 연합 운동을 시작해 북한의 개방과 남북 통일을 대비해 건전한 복음과 민족 의식으로 무장한 젊은 일꾼들을 길러내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 인권 회복, 교회의 시대적 소명>
워싱턴을 찾은 손 목사는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후 워싱턴한인교회협의회(회장 김성도 목사) 다시 관계자들을 만났다. 워싱턴 지역에서 행사가 열리는 만큼 교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당연한 일. 그러나 KCC가 꿈꾸는 것은 더 원대하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는 이제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교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KCC를 계기로 한미 교회들이 하나로 연합하는 꿈도 꾸고 있다.
손 목사는 “내 교회가 성장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과 남북 통일은 교회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임을 깨닫는다면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에서 성도 6,000명을 가진 교회의 담임 목사라면 편하게 목회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러나 양심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는 손 목사의 고백이다.
북한 사역의 비전을 공개했을때 성도들은 염려와 달리 적극 손 목사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KCC는 시작됐다. 손 목사는 “한인들의 열방을 향한 선교 열정은 칭송을 받아 마땅하지만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북한 민주화와 인권 회복을 위한 노력도 분명히 선교”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손 목사는 “KCC는 제대로 된 조직 하나 없고 돈도 없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다”며 “이스라엘 민족이 멸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모르드개가 에스더 왕비에게 했던 말처럼 ‘이 때를 위해 부르신 하나님의 소명’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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