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대유행으로부터
환자의 생명을 구해줄
휴대형 산소호흡기
4년 전 매튜 캘러한은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대학병원의 인턴 외과의사였다. 당시 의료계는 전 세계적인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이 예견되면서 그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이 때 논의됐던 다양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산소호흡기의 부족이었다.
산소호흡기는 호흡기의 기능이 마비된 중환자들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 장비지만 미국 내에 보급된 산소호흡기의 95%가 이미 사용 중이었던 것. 추가로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들에게 사용할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들에게 이의 보충을 강제하기는 어려웠다. 산소호흡기 1대가 저렴한 것은 3,000달러, 비싼 것은 4만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병원들이 잠재적 비상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숫자의 산소호흡기를 보유해놓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현 상태에서 전염병 대유행이 실제로 발생하면 각 병원들은 별도의 환자 분류체계를 통해 치료가 무의미한 환자를 가려내 죽도록 방치해야 한다.
현재 스탠포드대학에서 바이오디자인 연구실의 선임연구자를 맡고 있는 캘러한은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산소호흡기는 공기가 나오는 단순한(?) 장치 만큼 까다로운 공학적 지식이 필요없다”며 “신뢰성 높고 저렴한 제품이 개발되면 병원들이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연구실의 동료들과 함께 4년간의 연구를 통해 휴대형 산소호흡 기 ‘원브레스(One Breath)’를 개발해냈다. 제품가격은 기존의 가장 저렴한 산소호흡기와 비교해도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크기도 일반 공구상자보다 작아 이동이 간편하며 12볼트 배터리만으로 6~1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대다수 산소호흡기는 고가의 공기 유량 센서와 서보모터, 그리고 여러 특수 구성품들을 활용해 환자에게 적정량의 공기를 주입하고 배출시킨다. 하지만 캘러한은 혈압계에 쓰이는 단 10달러짜리 압력센서로 작업을 시작했다.
환자의 입에 채우는 마스크에 압력센서를 부착, 공기압축기가 환자의 폐로 공기를 밀어 넣을 때 폐 속의 압력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성했다. 또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센서의 데이터를 통해 날숨과 들숨의 양을 측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 언제 숨을 불어넣어야 할지를 파악해 공기압축기에게 공기의 공급을 명령한다.
만일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자력으로 숨을 쉬게 되면 소프트웨어는 공기 압축기에 공기공급량 감소를 지시, 환자의 호흡기능 향상을 꾀한다. 이는 저가의 다른 공기압축기에는 없는 기능이다.
특히 1개의 영구적인 공기밸브가 달려있는 기존의 고가 산소호흡기는 한 환자가 사용하던 산소호흡기를 다른 환자에게 넘겨줄 때 오랜시간 동안 공기밸브를 청소해야 한다. 반면 원브레스는 2개의 공기밸브를 쓴다. 들숨에서 내측 밸브가 열리면 투입되는 공기의 힘으로 외측 밸브가 닫히는 구조다. 따라서 환자의 날숨이 내측 밸브에 닿지 않아 1회용인 외측밸브만 갈아 끼우면 곧바로 다음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