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즈 플러싱의 메인스트릿에 위치한 A & N 푸드마켓의 고객은 거의가 중국계다. 상품 중엔 산 장어와 거북, 개구리, 얼린 오리 혓바닥 등도 있다. 보통마켓의 일반 식품들이 그렇듯 이런 희귀 식품들 역시 샵 리프터, 좀도둑을 부른다. 그러나 이 마켓의 좀도둑 퇴치법은 좀 유별나다. 먼저, 경비원이나 마켓 직원들에게 적발된 도둑 용의자들은 신분증을 압수당한다. 그리고 자신이 훔치려던 물건을 들고 서서 사진을 찍힌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은 도둑 용의자에게 “돈을 내지 않으면 사진을 전시해 망신을 주거나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한다.
뉴욕 차이나타운의 ‘중국식’샵 리프팅 퇴치법 성행
400달러 벌금 안내면 훔친 물건 든 사진 찍어 전시
위법 여부 모호하지만 ‘용의자의 기본권 위배’ 논란
“우리가 요구하는 벌금은 보통 400달러”라고 매니저 템 쉬에(60)는 말한다. 그는 마켓 내에 설치한 보안시스템의 30개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 계속 고객들을 지켜본다. “돈이 없다고 하면 신분증을 우리가 압수한 채 가서 돈을 만들어 오도록 합니다”
샵 리프팅 용의자를 잡아 벌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중국에서 건너 온 관행이라고 소매손실예방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엔 전통적으로 상점에 부착하는 슬로건이 있다는 것 : “하나를 훔치면 10배로 갚아야” 이런 관행이 미국 내에서 합법적인가의 여부는 해석하기에 달렸다.
뉴욕 주법은 경찰의 권리와 시민 체포권 중간쯤에 해당되는 ‘가게주인의 권리’(shopkeepers’ privileges)를 허용하고 있다. 이법은 소매상이 좀도둑에게도 민사소송 제기의 위협을 할 수 있다는 세부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발하겠다는 위협은 ‘협박’의 형태로 간주될 수도 있다.
뉴욕 경찰국도, 퀸즈 검찰청도 아직 이 중국식 관행에 대한 신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일각에선 중국 마켓에서 잡힌 좀도둑 용의자들이 기본권을 훼손당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보통 법적 절차에서 보장되는 변호사 선임권이나 협박을 당하지 않을 자유를 박탈당했을 분 아니라 적절한 감독 하에 적절한 훈련을 받은 시큐리티 담당자에게 적발이나 감금당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가게주인이 벌금 안내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는 것은 불법적인 협박”이라고 차이나타운의 커뮤니티 사회운동가 스티븐 웡은 지적한다. “그리고 아직 정식으로 고발조차 당하지 않은 사람을 도둑이라 부르며 사진을 공공연히 전시하는 것은 민권 훼손에 해당합니다”
중국계 밀집지역에 퍼져있는 이 관행이 얼마나 널리 성행되고 있는 지, 체포 위협이 항상 사용되는 지는 확실치 않다.
적발된 좀도둑들은 하나같이 가난 때문에 그랬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매니저 쉬에에 의하면 대부분은 창피를 당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려해온다는 것. “2주전엔 한 여자가 10달러 정도 되는 포도 두 봉지를 훔치려다 들켰는데 처음엔 돈이 없다고 하더니 얼마 후 50달러짜리 새 지폐 8장을 들고 왔지요” 친구나 친척들을 찾아 현금을 구해 오는데 불법이민도 적지 않아 추방에 대한 공포 때문에 경찰 고발을 한층 두려워하기도 한다.
챙 지안 수퍼마켓에선 좀도둑의 벌금을 크레딧 카드로 받기도 한다. “크레딧 카드도 있는데 도둑질을 하는겁니다”라고 매니저는 고개를 흔든다.
가게 내엔 훔치려던 물건을 들고 있는 좀도둑이나 경찰에 연행되는 도둑들의 사진이 경고문과 함께 붙어있다. 경고문은 중국어와 영어로 쓰여 있다 : “우리가 당신을 잡으면 사진을 찍을 것이다. 벌금은 400 달러다, 안내면 감옥에 간다”
상당수 좀도둑들은 불법이민으로 당국을 대단히 두려워한다고 경비원으로 일하는 제이슨 산체스(24)는 말한다. “그들은 추방될 것을 두려워해서 반드시 돈을 마련해 옵니다. 어떤 가게는 400달러를 요구하고 어떤 곳은 200달러를 내라고 하지요. 벌금도 협상하기 나름입니다”
맨해턴 차이나타운의 이스트브로드웨이에 있는 한 식품점의 ‘치욕의 벽’은 계산대 근처에 있다. 어떤 좀도둑의 사진 아래엔 이름과 주소, 소셜시큐리티 번호까지 적혀있는 가하면 다른 사진 아래엔 ‘약을 훔쳤음’ 혹은 ‘도둑’이라는 설명이 중국어로 써 있기도 하다.
가게들은 서로 좀도둑의 사진을 교환하는 공동작전을 펼치기도 하는데 활어를 가득 담은 투명 비닐봉지를 들고 선 ‘대도(Big Thief)의 사진은 그가 붙들린 챙 지앙 마켓뿐이 아니라 인근 다른 마켓들의 벽에도 붙어 있다.
“우린 도둑들에게 좌시하지 않겠다는 걸 알리려는 것”이라고 청팻 수퍼마켓의 매니저 샘 림(42)은 사진 부착 이유를 설명한다. 이 마켓에 붙은 경고문에는 초범일 경우 500달러, 재범일 경우 2,000달러의 벌금을 내야한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 그처럼 많은 벌금을 받은 적은 드물다.
때론 이 같은 좀도둑 퇴치법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차이나타운의 뉴욕 수퍼마켓에선 2명의 중국계 이민 여성들이 부당하게 좀도둑으로 몰렸다고 항의했다. 억울하다고 울며 항의하는 이들의 스토리는 중국어 신문에 실렸으며 결국 마켓 측은 잘못을 시인하고 앞으론 도둑을 적발해내는 종업원교육을 보다 철저히 시키겠다며 사과했다.
이 2명 여성의 케이스는 사회운동가 웡이 조사 중인데 경찰은 이런 관행의 합법성 여부에 대해 아직 수사한바 없다며 언급을 거부했다.
뉴욕 주에선 소매상이 샵 리프팅을 당했을 경우 1,500달러 이하 물건에 대해 그 물건이 판매 불가능의 상태가 되었다면 75~500 달러의 벌금과 함께 좀도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차이나타운 상가의 이런 관행은 용의자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돈(벌금)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자칫 협박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큐리티 가드인 산체스는 일부 마켓에선 통로로 이들을 끌고 다니며 고객들에게 도둑을 알리는 샵리프팅 용의자 ‘퍼레이드’를 벌인다면서 “그건 정말 ‘치욕의 행진’이지요”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청팻 수퍼마켓 내 곳곳엔 100개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청팻 수퍼마켓에 전시된 좀도둑 용의자들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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