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발발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샌디에고에서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역전의 미군 용사들이 한국전 전시관을 개설하고 한국전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등 뜻 깊은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25일 샌디에고 재향군인회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전 당시에 사용했던 태극기와 성조기, 인공기, 무전기, 쌍안경, 수류탄, 칼빈 및 M1 소총 등으로 전시관 2실을 꾸민 가운데 진행됐다.
이 날 상영된 다큐멘터리는 21세 때 실제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밥 베이커에 의해 80분짜리 필름으로, 자신이 겪은 전쟁의 체험을 기초로 만들어졌다.‘Hold at All Costs’라는 제목의 이 필름은 ‘잊을 수 없는 전쟁의 잊을 수 없는 전투, 잊을 수 없는 용사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한국전쟁 60주년 기념과 참전용사 그룹 5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 6월에 개봉되었다.
밥 베이커는 ‘밥 베이커 패밀리 재단’을 만들고, 100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실제 전시상황을 녹음한 증거물과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군, 그리스군, 한국군 등 40명이 넘는 참전용사들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샌디에고 랜초 샌타페에 거주하고 있는 밥 베이커(77)는 현재 샌디에고 카운티 내에 6개의 자동차 딜러샵을 경영하고 있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과 불굴의 의지로 전투에 참여한 생생한 경험담을 고스란히 필름에 담았다.
유엔 연합군으로 전쟁에 참여한 밥 베이커는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오는 중공군에 대항하여 싸웠던 기억을 한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은 한국전에 대해 완벽히 준비하지 못한 채 전투를 치렀고, 엄청난 숫자의 중공군에 의해 수많은 동료 병사가 죽어갈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나는 전투 중 잠시 벙커에서 휴식을 취할 때면, 이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 날 상영된 다큐멘터리는 치밀한 조사와 실존 인물들의 경험담, 실제 전쟁장면을 보는 듯한 생생한 영상으로 전문가들로부터 ‘전쟁이라는 소재의 예술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으며, PBS 텔리비전을 통해 전국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이 날 행사에 윤응렬 공군 예비역 소장(전 공군 작전사령관)을 비롯, 샌디에고 6.25 참전동지회 회원 등 16명의 한인이 참석했다.
부인과 며느리, 손자손녀까지 대동, 한국전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 삼은 윤 장군은 “몸과 마음을 다해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운 미군 용사들이 이러한 행사를 마련하여 더욱 감사하다”며 “우리는 이분들의 희생으로 한국이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 전시관 앞에 선 관계자들. 밥 베이커(왼쪽부터), 윤응렬 장군, R.C. 멜렌데즈 재향군인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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