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노인들, 아파트 규정 몰라 낭패보기 일쑤
얼마 전 버지니아의 한 노인아파트에 사는 A 한인 할머니는 무심코 ‘인심’을 썼다가 큰 홍역을 치를 뻔했다. 옆집의 B 한인 할머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같은 증상이라며 자신이 먹다 남은 약을 ‘그냥’ 준 것이다. 이 사실은 나중에 관리사무실의 귀에 까지 들어갔고 아파트가 발칵 뒤집혔다.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건네준 것이 큰 문제가 된 것이다. 다행히 A 할머니 사건은 ‘초범’이란 점이 감안돼 강력한 경고를 받고 수습될 수 있었다.
경보알람 울려 ‘퇴거명령’ 받기도
“한국어 설명회 등 열어줬으면...”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노인들이 입주자 규정을 잘 몰라 낭패를 겪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웃 친구의 불편을 덜어주려던 A 할머니의 마음 씀씀이처럼 한국식 문화와 관습에 젖은 노인들이 본의 아니게 아파트 규정이나 상식을 위반하는 ‘사고’를 쳐 아파트 관리사무실을 당혹케 하는 일이 잦다.
대표적인 사례는 화재 안전규정 위반. 최근에 C 할머니는 전기 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잠시 옆집에 갔다 깜빡했다. 잠시 후 화재 경보 알람이 울리면서 아파트에 비상이 걸렸고 그제야 자신의 주방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깨달았다. C할머니는 “한번만 경보 알람이 더 울리면 퇴거조치 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관리사무실로부터 받았다.
실제 한 노인 아파트에서는 한인 노인이 몇 차례 경보알람이 작동되는 바람에 아파트에서 쫓겨나 집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D씨는 “한인 노인들 대부분이 주방에 뭘 올려놓고 깜빡 잊고 딴 일을 하다 경보 알람이 울리는 일을 경험한다”며 “문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퇴거조치라는 엄중한 벌칙이 따른다는 걸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또 다른 흔한 사례로 아파트 복도에 나 있는 집 대문을 평상시에 열어놓고 있거나 TV 볼륨을 높여 이웃집을 방해하는 것도 꼽힌다.
이처럼 한인 노인들의 규정 위반이 잦은 건 한국식 관습과 함께 영어 소통의 어려움이 먼저 지적되고 있다. 처음 아파트에 입주하면 관리사무실에서 거주자 규정에 대해 사인하게 되나 실제 내용을 이해하는 한인 노인들은 드문 형편이다.
E씨는 “영어로 된 계약서나 규정을 이해할 노인들이 드물다”며 “봉사단체나 한인회 같은데서 노인들을 위해 한국어로 설명회 같은 걸 열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인사회에서 선거나 행사 때만 노인들에 밥 사주고 이용하려 하지 평소에 유용한 도움을 전혀 안 준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인 노인들끼리의 대화 부재도 한 이유로 꼽힌다. 한인 노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100가구 이상의 한인 노인들이 살지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한인 노인 자치조직도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노인들을 위해 실제 도움을 주는 사업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F씨는 “한인 노인들은 종교나 교회가 다르면 서로 어울리지도 않고 대화도 않는다”면서 “노인들이 서로 상생하려면 자치조직을 잘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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