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 아웃 프롬 더 클로짓’(coming out from the closet)은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때 쓰는 말이다. 한국말로는 ‘옷장에서 나오다’ 혹은 ‘다락에서 나오다’로 번역되는데, 이를 제목으로 하여 우리 사회에서 게이들의 존재와 현실을 사실적으로, 총체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소개한 책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책을 쓴 김준자씨는 2년 전 일당 스님의 자전소설 ‘어머니 당신이 그립습니다’(The Lost Mother)를 영역하여 ‘요코 이야기’에 대안이 될 공립학교 추천도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문제에 민감한 작가 겸 번역가로, 이 책에서도 어둠 속에 사는 우리 사회의 소수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김준자씨 동성애자 가족을 위한 조언서 출간
성적 소수자의 현실과 우리사회 다양한 시각 소개
이 책에는 여러 종류의 동성애자와 주위의 가족 친구, 그리고 전문가 등 다양한 입장에서 동성애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충실히 담겨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성적 취향을 알아온 사람으로부터 이성애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으나 결국 아내와 자녀에게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 혹은 그 사실을 자신에게까지 인정하지 않으며 평생을 분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부모들이 자녀의 커밍아웃에 반응하는 다양한 태도, 사회 각계각층의 편견, 이들이 당하는 불이익, 종교적인 측면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에 관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동성애자는 투명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동성애를 숨기지 말고 당당히 밝히라고 강조한다. 오랫동안 죄의식과 불안 속에 숨어 살다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커밍아웃한 사람들의 수많은 예를 들면서 자신과 가족 친지들 앞에서 진실해졌을 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훨씬 행복해질 뿐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는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동성애는 학습되어지는 것도, 정신병도 질병도 아니다. 당연히 치료약도 없고, 고칠 수도 없다. 만일 이성애자로 바뀔 수 있는 약이 있다면 기꺼이 먹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동성애자일 수 있다”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때’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처럼 게이 가족이나 친구를 가진 사람들의 필독서라 할 만한 책이다. 주위에 게이가 없다거나 평소 관심이 없다 해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얼굴과 숨겨진 좌절을 마주하기 위해 꼭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아주 쉽고 편안하게 쓰여서 손에 잡으면 금방 읽어 내려가게 되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시각이 닫혀 있는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의 실체와 본질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책을 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준자씨는 연세대학과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 피츠버그대학, 3M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인디애나 퍼듀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저서 ‘아침마다 찾아와 손잡는 행복’, 번역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의 지혜’가 있고 대산문화재단과 한국 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To Dream of a Mountain)와 황석영의 ‘바리데기’(Princess Bari), ‘어머니 당신이 그립습니다’(The Lost Mother) 등을 영역했다.
문의 (562)342-9357
<정숙희 기자>
김준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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