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할리웃 지역 한인 의류판매업소 업주와 유대인 건물주 간 렌트 갈등이 끔찍한 총격살해 후 자살 참극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건물주·세입자 간 갈등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오랜 불경기와 맞물려 잦은 갈등은 물론 소송으로까지 치닫는 일이 비일비재한 건물주·세입자 간 분쟁 실태와 현황, 대처법 등을 긴급 진단해본다.
불경기 절박한 심정 이해·인하분 보상 등
건물주-세입자 조정 통한 합의만이 ‘윈윈’
최근 한인 박모씨는 렌트문제로 건물주와 갈등을 겪다가 결국 수십만 달러의 빚만 남기고 강제 퇴거당한 뒤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샌타모니카에서 샌드위치 업소를 운영해 왔는데 어느 날 건물주가 월 5,000달러이던 렌트를 2배 올려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어쩔수 없이 건물주가 제시한 다른 장소로 업소를 이전했다가 비즈니스가 안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것.
박씨는 “건물주의 횡포로 집도 날리고 남은 건 빚더미 뿐”이라고 호소했다.
LA 한인타운의 신규 대형 샤핑몰에 입주했던 한인 이모씨는 건물주와 렌트비 마찰로 퇴거하기로 하고 서브리스를 준비 중이다. 이씨는 “샤핑몰의 주요 업체들이 입주가 수개월이나 지연되면서 피해를 봤고 입주 후에도 이용객이 늘지 않아 적자만 쌓여갔다”며 “건물주에 렌트 조정을 요청했는데 계약조건만 내세우며 요지부동이어서 서브리스를 주고 사업체를 처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불경기의 여파로 한인 비즈니스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처럼 세입 업주와 건물주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업주들은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 높은 렌트 부담을 견디지 못해 렌트 경감을 요구하고 건물주들 역시 경기침체 속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렌트 분쟁을 넘어 퇴거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올 초 LA 인근 상가건물주 윤모씨는 자신의 건물에서 세탁장을 하던 김모씨가 월 2만달러에 달하는 렌트를 6개월째 밀리자 퇴거소송을 냈다. 소송 진행 중 양측은 렌트 조정을 시도했지만 진척이 없자 소송을 당한데 분개한 김씨가 세탁기를 무리하게 뜯어내려다 건물 벽을 파손시킨 채 퇴거했다. 결국 건물주 윤씨는 밀린 렌트도 받지 못하고 수리비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경기에서는 극단적인 충돌보다는 상호 윈윈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퇴거명령 및 불법 점유 소송 등을 통해 건물주가 렌트를 연체한 세입자를 내쫓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규 세입자를 당장 얻는다는 보장이 없고 세입자 역시 비즈니스를 접는 순간 실업자가 되기 때문에 이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결국 승자가 없는 소송이라는 것이다.
이승호 변호사는 “건물주는 소송에 앞서 세입자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공생하려는 인식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세입자는 무작정 렌트 인하만 주장하지 말고 깎인 렌트비를 추후 되갚는 식으로 건물주와 절충안을 찾아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하는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물주 역시 상가건물의 구입을 위해 은행 융자를 받아 은행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퇴거명령 및 불법 점유 소송은 25~40일 내 마무리되는 만큼 양측이 이 기간 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김진호 기자>
지난 19일 할리웃 인근에서 렌트 분쟁으로 발생한 박승철씨 사망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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