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 시인이 최근 펴낸 시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시인이 된지 50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발표한 시 중에서 50편을 가려 뽑고, 그 시를 썼던 당시의 생각과 주변상황, 그리고 거기에서 유발된 문학적 상상력 같은 것을 담담하게 서술한 책이다. 널리 애송되는 유명한 시들의 뒷이야기를 시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고,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를 고르게 소개하여 시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필 수 있어 매우 반가운 책이다.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설움, 조국에 대한 절절한 사랑도 진하게 배어 있어 미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공감의 폭이 크고 넓다.
“시는 내게 사랑이었고 희망이었고 하느님이었고 무조건적인 이해심이자 베풂이었다”라고 말하는 마종기 시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해야 할 작가다. 아주 쉽지만 섬세한 시어로 가슴을 울리는 시들도 물론 그렇고, 꾸준한 활동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에서도 재미 작가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된다.
잘 아는 대로 미주 한인문단은 변방 중의 변방이다. 미주 문인들의 작품은 한국문학의 영토를 넓힐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한국문단에서는 제대로 취급을 하지 않는다. 그저 변방의 아우성 정도로만 여긴다.
그런 가운데, 마종기 시인이 말하는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은 미주 한인문학의 방향을 일러주는 매우 중요한 화살표가 된다. 마종기 시인은 ‘현대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나는 피차별자가 희망하는 열린 공동체의 의미를 늘 꿈꾸며 나머지 삶을 한국의 디아스포라 시인으로 살아갈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미주 문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한국문단에 끼어들려 초라하게 기웃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디아스포라 문학의 세계를 열어가야 한다는, 그래야 해외 한인문학이 살고, 그로 인해 한국문학의 지평도 넓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주 한인문학은 한국문학의 한 부분이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세계를 열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당신의 마지막 포옹만 믿겠습니다./ 내 노래는 그대를 만나서야, 드디어/ 벗은 몸의 황홀한 화음을 탔습니다./ 주위의 풍경이 눈치 보며 소리 죽이고/ 감은 눈의 부드러움만 내게 남은 것이/ 이 나이 되어서야 새삼 눈물겹네요.”
-<‘디아스포라의 황혼’ 마지막 연>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란 감상적인 고향타령이나 완고한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모국과 타향살이를 함께 보듬으며 사랑하는 조화의 폭발력이다. 시인의 말을 잘 새겨듣고, 꼭꼭 씹어 잘 소화하고 싶다.
장 소 현 <극작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