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실패를 만회하고자 거짓 군사기밀을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번에 공개된 기밀 문건에서 무자헤딘에 이어 탈레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지목된 파키스탄의 하미드 굴 중장.
유출 자료에 의하면 1987~89년 파키스탄 정보부(ISI) 부장을 역임한 굴 중장은 지난해 1월 아프간 반군 사령관들을 만나 작전 계획을 모의하고, 아프간 반군의 자살 폭탄테러와 요인 암살 계획 등에 관여한 것으로 그려졌다.
아울러 그가 2006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폭탄 공격을 지시하고 반군과 함께 유엔 관계자 납치도 꾀했다는 자료도 공개됐다.
그러나 굴 중장은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런 ‘혐의’에 대해 미국이 아프간전 실패를 감추려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면서 "미국 대신 벌을 받는 소년"이 됐다고 말했다.
굴 중장은 이어 "74살의 퇴역 장군이 아프간 무자헤딘을 조종한다고 미국이 (전쟁에서) 패한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비꼰 뒤 "그들은 후손을 위해 어떤 역사책을 쓰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유출 자료 내용이 "순전히 허구"라면서 1992년 현역에서 물러난 뒤 손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망고와 복숭아나무 등을 가꿨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굴 장군은 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프간전 실패를 파키스탄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현재의 정책으로 미국이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FT는 굴 장군의 주장이 미국에서 이목을 끌지 못하겠지만 반미 정서와 음모론이 팽배한 파키스탄에서는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파키스탄 내 전문가들도 유출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파키스탄과 오랫동안 적대해온 아프간 정보기관이 미국에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 굴 장군에 대한 평가는 부패한 인물에서 엄청난 평판을 자랑하는 인사까지 다양하다. 한 관리는 "그가 테러 조직의 열혈 조직원은 아니지만 반군과 접촉하며 조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CNN 방송은 이번 유출 문건을 통해 9.11테러 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활동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문건에 따르면 빈 라덴은 2004년 조직원들을 기자로 위장시켜 기자회견 중이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공격하려 했고, 이듬해엔 아프간 반군 지도자와 자신의 재정 자문을 북한에 보내 로켓 구입에 나섰다. 이어 2006년에는 파키스탄 남부 퀘타에서 열린 탈레반 지도자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의 대(對)테러담당 관리는 빈 라덴의 근황에 대해 "그가 오랜 시간 체포와 암살을 피해 도피 중"이라며 지난 수년간 그가 있는 장소를 확실히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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