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글 쓰기도 즐겨한다. 그러던 나에게 어느날 아침에 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의 창에 동참하라는…… 왜 그런기분… 어릴적에 오래간만에 마음먹고 피아노 연습좀 해보려고 피아노 앞으로 사뿐히 걸어가고 있는데 나의 뒷머리에 엄마의 약간 짜증 섞인 소리가 박힐때,“소연아! 피아노 연습은 언제 하려고 하니?” 그순간 피아노 뚜껑에 손을 댔던 나는 조용히 돌아서고 싶어진다. 연습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조차 잊어버리고… 나의 글쓰기가 그렇게 되어 버릴까 두려웠다. 즐거움에서 숙제가 되어 버릴까봐서… 근데 희한한 일은 마음은 그러면서도 머리속엔…무엇을 나눌까하는 생각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 가는거였다.
아, 우리 어린이 합창단 이야기도 나누어야지. 전에 딸과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 무지개를 보며 나누었던 대화도 풀어놔야지. 아참, 애들 학교가는길에 있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단풍나무 세그루 이야기도. 그리고 더 놀라운건, 지난간 나의 이야기들만이 아니라 현재 나에게 펼쳐지는 모든 일들과 사물도 예사롭지 않게 넘기는 습관이 겨우 요 며칠새에 생겼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때도 더 주의 깊게 듣고, 사물을 바라봐도 좀더 다른 각도에서 지켜보며, 책을 읽어도 마음으로 음미하며 읽으려 하고. 자그마한 변화들이 그 아침의 전화 한통화로 생기게 되었다. 이 곳 내가 사는 산타크루즈의 하늘도 그런 마음으로 다시 올려다 보니 청명하다 못해 투명한 푸른색이 되었다.
전에 나의 오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남편과 모아둔 사진들을 꺼내어 보다 바다에 허리가 걸린 해 사진을 보며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고… 내친구는 동해의 일출이라 하고 친구 남편은 서해의 일몰이라 하면서… 같은 해이지만 내가 어떤 의미를 붙여 이름을 부르냐에 따라 나에게 의미가 달라지는것 뿐인것인데… 그래서…나의 눈을 통하여 바라보는 세상 나누는 작업을 마감날짜 맞추는 숙제로 생각할것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되는 삶의 일정에서도 긍정적 관심을 가지면, 호기심과 재미를 유발해서 삶을 풍성하게 하는 아주 귀한 습관을 길러주는 좋은 첫걸음으로 생각하며 감사하기로 했다. 설레어 지기까지 한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하고……
강소연씨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에 온 1.5세다. UC데이비스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결혼후 LA서 살다 3년전 남편 직장때문에 산타 크루즈로 이사왔다. 사람들을 모아 찬양하지 않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성격때문에 임마누엘 장로교회에서 어린이 찬양대와 여성중창팀, 에녹 찬양교실을 지휘하고 있다. 아버지는 본보 객원 기자이자 어린이 찬양팀인 ‘갓스 이미지’ 이사장으로 있는 함영선 장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