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의 현장에서 만나거나 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취재 부서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경제부 기자로 만났던 취재원들 중에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많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사업체 규모를 떠나 대부분 ‘프론티어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사업 분야 개척을 하고 자신의 기업이나 업체를 널리 알리는데 불철주야 노력을 한다.
그런데 얼마전 사회부로 부서를 옮기면서 부터는 일종의 취재원 적응 기간을 겪고 있다. 사회부에서는 수많은 제보 전화를 받거나 제보자들을 만나는데 이들 제보 내용에서는 온갖 인간군상의 모습이 드러나곤 한다. 전화 제보자든 직접 찾아오시는 제보자든 상당수는 소위 힘없고 돈없는 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소연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대 한인 정모씨는 얼마전 타주에서 LA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삿짐업체가 정씨의 짐 가운데 상당수를 분실하고 배달을 하지 않았고, 회사측에 몇 번이나 항의를 해도 짐의 행방을 모르겠다며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거였다. 해당 회사측을 상대로 취재에 나서 여러차례 통화가 오간 끝에 결국 엉뚱한 타주에 가 있는 정씨의 짐을 찾을 수 있었다. 정씨는 “업체가 처음 보였던 무성의를 생각하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인 노인 홍모씨는 1년전 구입한 한국산 차량이 1,500마일밖에 달리지 않았는데 배터리에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 때마다 서비스센터에 가져가 고쳐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해도 회피하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홍씨의 문제는 결국 비영리단체가 중재에 나서 해결점을 찾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제보자 이야기를 들은 후 상대방 측에 사실 확인차 연락을 하면 그들도 나름의 이유를 제시한다. 물론 문제발생시 원만한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경우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사실로 드러나도 별일 아닌 것처럼 무마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도 대단하다.
어떤 피해를 당할 경우 일반인들은 문제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거나 사안별 대응방법을 모를 때가 많다. 제보자들도 피해를 앉아서 당하지 않으려면 사전준비가 꼭 필요하다. 우선 어떤 일처리를 할 경우 최악의 경우를 반드시 가정하고 움직인다. 최대한 당사자 간 사인이 들어간 문서를 확보한다. 관련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문제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문제발생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지적할 때 해결은 생각보다 쉽다.
때로는 사회부에 연락하는 제보자 당사자가 작심하고 신문사를 이용하려 하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사례로 씨름할 때면 허탈할 때도 있다. 모든 제보는 기자 자신에게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되곤 한다. 숙제가 잘 풀리면 보람을, 숙제가 안 풀리면 자책을 하는 이유다.
김형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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