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오랜만에 고등학교 풋볼경기를 구경하러 갔다. 필자는 고등학교 풋볼경기 관람을 즐긴다. 고등학교 때 이민 와서 미국인 친구들 손에 끌려 경기를 처음 접하게 된 후 쭉 좋아해 왔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 조명을 켜놓고 하는 게임의 구경은 한 주간의 일을 마치고 조금은 더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아한다.
지난 주 금요일의 게임은 레이크브래덕 고교와 라빈슨 고교의 대결이었다. 서로 인접한 곳에 위치한 라이벌인 두 학교는 페어팩스카운티에서 몇 안 되는 7학년서부터 12학년까지 함께 있는 중·고등학교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은 라빈슨 고등학교 지역이지만 애들 둘 모두가 레이크브래덕에서 중학교를 다녔기에 두 팀 사이에서의 경기에서는 자연스럽게 레이크브래덕을 응원하게 된다. 레이크브래덕 팀은 작년에 주 챔피온쉽 결승전까지 진출했고 라빈슨 풋볼팀은 전통적인 강팀으로 알려져 있다. 금요일 시합 전까지의 전적은 레이크브래덕이 4승 무패였고 라빈슨은 3승 1패였다. 라빈슨의 1패는 페어팩스 고교에게 의외로 당한 일격에 기인했다.
두 팀 사이의 게임은 두 학교 학생들, 부모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하지 않아 약 5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이 꽉 차고 넘쳐 경기장 주변을 빙 돌아가며 관중들이 서서 게임을 관람할 정도였다. 언론에서도 꽤 깊은 관심을 보여 NBC, Fox, 그리고 CSN 등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들고 취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임 결과는 전반에 0대 7로 지고 있던 라빈슨팀이 후반에 터치다운 하나와 골 포스트를 맞고 안쪽으로 떨어지는 아주 운 좋은 필드 골을 성공시킴으로 10대 7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게임을 보고 있는 도중 레이크브래덕이 공격할 때 라빈슨 팀 응원 관중석 쪽으로부터 “Matt, 너는 배신자야!”라는 야유가 여러 번 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영문을 몰라 주위에 물어보니 작년까지 라빈슨 고등학교 팀에 있었던 선수 중 하나가 레이크브래덕으로 전학을 해 올해서부터 레이크브래덕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레이크브래덕에서도 그 경기 때 라빈슨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인가에 대해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선수가 전학을 한 이유를 들어보자 충분히 납득이 갔다. 농구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을 했던 이 선수는 키가 6피트 4인치 그리고 몸무게가 200파운드의 좋은 체격이었다. 풋볼팀에서의 포지션은 와이드 리시버, 즉 쿼터백이 던져주는 패스를 받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라빈슨 팀의 주 공격 무기는 패스가 아니었고 공을 들고 뛰는 러닝게임이었던 것이다.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서도 풋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이 선수에게는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라빈슨에서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팀 동료들이나 다른 학생들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하고 전학을 했다. 레이크브래덕으로 옮겨서는 첫 네 게임만에 이미 작년 시즌 전체 동안 했던 실적을 상회하였고 대학교 풋볼팀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보다 훨씬 더 크게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경우가 아주 여러 해 전에 있었다. 여자 농구선수의 경우였었는데, 자신이 다니던 학교팀에서 슈퍼스타였던 이 선수는 좀 더 강한 팀으로 옮기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당시에 최강으로 알려진 웨스트스프링필드 고등학교로 전학 신청을 했다. 문제는 그 학생이 그 학교 지역에 살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이러한 경우 규정상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전학이 허락되는데, 좀 더 좋은 운동 팀에 가고 싶다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궁리 끝에 전학 신청 이유로 자신이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는 수강할 수 없으나 꼭 수강하고 싶은 과목이 웨스트스프링필드 고교에 있다고 제시했다. 물론, 학교 전학 신청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결국은 그 학교 말고도 다른 학교에서 원하는 그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학 신청이 거부되었다. 그 선수 가족은 마침내 웨스트스프링필드 고교 지역으로 아예 이사를 갔다. 그 후 새 학교 농구팀에서도 계속 두각을 나타냈고 그 학교팀이 주 챔피온이 됨으로 좀 더 많은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여자농구의 명문인 테네시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지금은 프로팀에서 버젓이 맹활약하고 있는 훌륭한 선수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자녀들의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서 학교를 옮기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돌을 던질 수는 없다. 맹모삼천지교는 비단 공부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권리에 피해를 주지 않고 실정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행복을 찾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Matt이 부디 계속 잘 해 원하는 대학에서 풋볼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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