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설득 끝 아버지에 신장 기증한 심호경씨
수술 후 병상에서 회복중인 심호경씨
신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서슴없이 내어 드린 한 아들의 효행이 연말연시 온정의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하고 있다.
롤링 메도우즈 타운에 거주하는 심호경(32)씨는 지난달 29일 UIC메디칼센터에서 총 6시간에 걸친 이식수술을 통해 5년전부터 신장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부친 심병창(61)씨에게 자신의 왼쪽 신장을 기증했다.
20여년전 주재원으로 시카고에 정착한 후 개인사업을 하고 있던 심병창씨가 몸에 이상 증세를 발견한 것은 5년여전. 당시 심씨는 얼굴과 발 등 갑자기 신체가 붓는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은 결과,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완쾌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몇년이고 기다려봐야 기증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신장이식밖엔 없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소위 ‘인위적으로 혈액을 거르고 다시 주입하는 과정인 투석’을 받아야만 했다. 이때부터 이식수술을 받기 하루 전날인 지난 28일까지 심씨는 매일 가정용 의료기계를 통해 투석을 받아옴과 동시에 신장 기증자가 나타나길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물론 아들 호경씨는 아버지가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부터 ‘신장을 드리겠다’고 설득했지만 자식을 너무나 사랑해서인지 아버지는 ‘다른 기증자를 기다리자’고만 답했다는 것.
“처음부터 전 아버지에게 ‘내 신장이 있는데 오래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말씀 드렸지요. 전 정말로 아들의 입장에서 내 몸의 일부를 드리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좀더 시간을 갖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알려진대로 기증자를 찾는 과정은 예상대로 오래 걸렸으며 더 이상 지체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호경씨는 부친을 다시 설득해 이번에 이식수술을 받게 됐다.
11월 29일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된 수술은 호경씨로부터 신장을 떼어내는데 3시간, 아버지에게로 이식하는데 3시간 등 총 6시간이 소요됐다. 수술 결과는 아버지를 위한 아들의 헌신에 하늘도 감동한 듯 성공적이었다.
호경씨는 수술이 끝난 후 곧바로 회복실로 옮겨졌으며 마취에서 눈을 뜨자마자 지인들에게 ‘수술이 잘 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당일 오후부터는 10여명의 면회객들을 맞는 등 빠르게 회복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버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괜찮으시냐’는 안부전화를 거는 것도 당연히 잊지 않았다. 수술 다음날인 29일 회복실에 누워있는 호경씨의 모습은 수술 후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얼굴이 다소 부어있긴 했으나 불과 하루전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호경씨는 “솔직히 내가 아버지를 위해 신장을 드리는 것은 정말로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멀쩡한 몸에서 무언가 하나를 떼어내는데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난 그저 내가 해야할 일을 했다는 생각밖엔 없다”고 전하고 “오히려 이런 일을 통해 우리 가족들의 사랑과 정이 더욱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내가 앞으로 아버지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오직 ‘건강하시라’는 것뿐이다. 물론 지금은 수술이 잘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후유증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며 “아버님의 건강만이 지금 내가 바라는 유일한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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