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 군의관 복무…시카고 한인으론 최고위급 장교
11월 24일의 진급식에서 헬레나 박 대령의 부친 백두현 박사와 모친 배월순 회장이 딸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공군 군의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시카고 출신 한인여성이 영관급 최고 장교인 대령으로 진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
버논 힐스에 거주하는 마취과 전문의 배두현(77, 은퇴)박사와 시카고 한인기독여성회 배월순 회장(75)의 2남 4녀중 장녀로 현재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 타운에 위치한 모 육군부대내 종합병원에서 치과 과장으로 복무중인 헬레나 박(47, 한국명 배혜경)씨가 그 주인공으로 박씨는 11월 24일자로 대령으로 진급했다.
헬레나 박 대령은 원 소속은 공군이지만 2년전부터 육군 군의관으로 파견 근무 중이다. 박 대령은 군대와 인연을 맺은지 16년 정도 되었는데, 치과 담당 군의관으로서의 탁월한 진료 능력과 성실함, 그리고 군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인 충성심 등을 인정받아 이번에 대령으로 진급하는 기쁨을 누렸다.
박 대령이 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사실 ‘결혼’이라는 다소 흔하지 않은 동기에서부터 비롯됐다. 1963년 광주출생으로 중1 때 부모님을 따라 이주한 박 대령은 노스웨스턴대학 미생물학과와 UIC 치대를 졸업한 후 1년 남짓 브린마길에서 치과병원을 개업, 운영했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약하던 지금의 남편인 박용한씨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살면서 동시에 치과의로 활동하려 했으나 한국 치과전문의 면허가 없었던 박 대령은 육군 군의관으로 지원, 몇달간의 훈련을 마친 후 대위로 임관, 함께 용산 미군부대로 파견돼 한국의 남편과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에 머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을 치료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게 된 박 대령은 용산에서의 3년간의 복무기간이 끝난 후 잠시 군을 떠나 있다 다시 군으로 돌아가기로 결심, 이번엔 공군 군의관에 지원했다. 역시 대위로 임관한 박 대령은 그동안 일본, 영국 등 여러 부대를 거쳐 2년 전부터 현재의 병원에서 복무하고 있다.
남편이 아직도 한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탓에 박 대령은 일본 근무시절부터 현재까지 남편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밖에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 살고 있지만 자신의 재능을 국가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박 대령의 경우 진급에서 단 한번도 누락된 적이 없어 대위로 첫 임관된 이후 지금까지 수년마다 한번씩 진행되는 진급시험을 무사히 통과, 4년전 중령으로 진급한 후 이번에 대령 계급장을 달았다. 지난달 24일 열린 진급식에서는 부모가 직접 참석, 딸의 양 어깨에 계급장을 직접 달아주는 감동의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박 대령은 “오늘날 내가 이 정도 위치에 오르기까지 보살펴 주시고 뒷받침해 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두현 박사와 배월순 회장은 “진급식에 참석한 여러 장군들, 군인들,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우리 딸을 향해 존경심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뿌듯했다. 군에 남지 않고 개업의로서 활약했다면 좀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겠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을 국가를 위해 사용하는 우리 딸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면서 “우리 딸의 사례가 이 땅의 많은 1.5~2세들이 용기와 희망을 주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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