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아는 언니를 잠깐 만나 가볍게 수다를 떨던 중 여지없이 나온 남편 이야기…
정리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던 예전의 좋은 남편에 대한 기준들은 언제부턴가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그저 처음엔 ‘엄친아’를 부러워하듯 ‘아친남’(아는 친구의 남편)들을 열심히 나열하다 보면, 결국은 그 남편이 그 남편이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남편 얘기들을 듣고 즐긴 후 헤어지려고 바쁘게 또각대는 발길을 보며, 속으로 그래도 내 남편이 낫다라는 결정이 내리는 오늘 같은 날엔 바로 장을 보러 마켓으로 향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편이 좋아하는 비싼 과자를 사려고 푸근한 마음으로 열심히 향해 가는데 어느 한 부부가 함께 장을 보며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냉동 칸에서 신중하게 뭔가를 고르고 있는 아내와 그런 아내 뒤를 따라 열심히 카트를 끌고 있는 남편. 생각 끝에 선택한 만두 하나를 골라 꺼내려 하는 아내를 향해 남편이 뭐라 한마디 하자 ‘그럼 뭘로 사?’라며 아내는 다시 집어 넣는다. 나는 순간 속으로 ‘남자가 왠간 하면 그냥 아무거나 먹지…쯧쯧’ 하며 그 들을 지나쳐 갔다. 그런데 과자 코너에서 그 부부를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남자가 적극적인 자세로 과자들을 고르고 있다. 아내는 애들 그런 거 안 먹는다며 뭐라 한 소리 하자 남편은 나를 의식한 수줍은 목소리로, 하지만 넌 내 맘도 모르냐는 그런 목소리로 ‘내가 먹을 꺼야!’라며 계속 과자들을 골라 담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를 지나간다. 그 순간 그 아내와 나는 무언가를 공감하는 눈빛을 짧게 나누고는 서로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나도 아까 지었던 그 미소로 세일도 하지 않는 그 과자를 집어 들고 주저함 없이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계산대 위에 올려진 그 과자를 보며 나 혼자 다시 중얼 거렸다. ‘그 남편이 그 남편 이구나…
과자를 좋아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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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이민와 UC 버클리를 졸업한 강정은씨는 올해로 결혼 13년차 주부이자 직장인이다. 6학년, 1학년 아들에 4학년 딸까지 3남매를 키우면서도 병원에서 일하는 수퍼맘이다. 글을 써본적도 없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삶에 익숙해져 글쓰는게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강정은씨는 “그래도 인생의 반이 넘는 20년동안 살아온 베이지역에서 얻는 소중한 추억과 느낌을 솔직하게 적어보자”라고 생각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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