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꽃 꽃길 지나 꽃버짐 하얗게 물든 버즘나무.
땅 바닥 너부죽이 풀꽃 방석 편 멍석딸기, 등짐 진 사위 힘 안 들게 가는 줄기 내린 사위질빵, 건들바람에 벌벌 떠는 사시나무, 줄기마다 코르크질 화살 날개 펄럭이는 화살나무, 까마귀 머리 베기 알맞은 까마귀베개, 흰 꽃 흐드러지게 피어 쌀밥 고봉으로 담은 이팝나무, 가는장구채 옆에 쭈그리고 앉아 목소리 천 개 바람친구, 풍구 소리 웅웅대는 그 바람 친구 데불고 나선형 어지러움이라니?
늠연한 숲길은 남실 오래된 바다 이루었네.
윤금초(1941 - ) ‘숲ㆍ1’ 전문
우리말은 그냥 옮겨 적기만 해도 시가 된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종종 듣는 이야기다. 특별한 기교 없이도 우리말을 나열함으로써 높은 시적 완성도와 감동을 획득한 시들을 실제로 자주 보게 된다. 위 시에 나오는 ‘사위질빵’이라는 풀꽃 이름만 해도 그렇다. 사위가 힘들까봐 걱정하는 장모님,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어 눈물겹다. 윤금초 시인은 사설의 가락 위에 이런 정겨운 이름들을 얹어놓음으로써 한국의 꽃과 풀, 나무,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우거진, 연작시 ‘숲’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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