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정말 평생에 딱 세번만 우는 줄 알았다. 태어났을 때, 부모님 돌아가실때, 그리고 자신이 죽을때… 어떤 남자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애인과 길거리에서 싸우고는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나는 적잖히 충격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단지에 한밤중에 도둑이 들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단지에 사는 남자들이 모두 나와 도둑을 잡으려고 쫓아가고 내 아버지도 잠옷바람에 맨 발로 뛰어나가시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나중에 경찰이 와 잡았는지 못 잡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흥분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이놈이 어쨌거니 저쨌거니 하시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난 그날밤에는 그런 용감한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러워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랑 장난치며 놀던 어린 삼촌이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와 우리 부모님에게 힘차게 경례를 하던 모습을 보면서 남자가 되는 건 멋있는 거라 생각했다.
사춘기때 만난 영웅본색이나 장군의 아들 같은 영화들이 나에게 남자의 세계에 대한 환상을 더하게 했었다. 친한 친구들과 무협소설 삼국지를 읽으며 유비파 조조, 관우,장비파가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였던 때도 남자에 대한 커다란 환상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다 그 환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 관계속에서 남자들의 고충과 속마음을 알게 되기 시작했다. 그 들은 남의 말에 상처받고, 고통을 두려워 하고, 유혹에 약하고, 사랑 받고 싶어하고, 인정 받길 원하고… 감정 조절도 힘들고, 외로움을 잘타며, 겁도 의외로 많다. 내가 생각 했던 영웅본색의 주윤발이나 유비, 관우,장비와는 거리가 좀 멀다. 처음에는 속으로 상당히 당황했었다. 그 실망감은 꽤 컸다. 그렇게 계속적으로 남자에 대한 환상은 깨어지고 실질적인 남자의 모습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기 시작한지가 별로 오래되지 않았다. 내 안에 이상형을 지워 버리고 나니, 드라마의 멋있는 남자 주인공들이 다 사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멋있긴 한데 저 사람도 똑같지 뭐…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지날수록 아내에게 의지하려는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 남편이 아마도 남자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현실을 받아 들이려니 잠깐 고민이 되었지만, 환상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인 것 같다.
(병원근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