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오웬 윌슨)과 이네스(레이철 맥애담스)가 모네가 연꽃을 그린 연못가에서 키스를 하고 있다.
★★★
요즘 유럽을 전전하며 영화를 찍고 있는 우디 앨런의 파리 송가이자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달콤한 노스탤지어 소묘다. 파리라는 낭만의 도시에서 시간여행을 하면서 1920년대의 ‘황금시대’로 돌아가 옛 문인과 화가와 예술가들을 만나 즐기는 환상과 마법이 있는 동화인데 앨런은 지나간 것은 언제나 현재보다 아름답게 마련이라는 것을 재삼재사 강조하고 있다.
아름답고 로맨틱하며 향수감이 짙은 앨런의 유럽 순방기 중 하나로 그림 같은 촬영(다리우스 콘지)과 의상과 세트 그리고 위트와 유머와 자기 비하적 조소가 담긴 대사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긴 하나 깊이는 없고 지나치게 달고 가볍다. 파리를 지상천국인양 과찬한 것도 다소 거슬린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부인 칼라 브루니가 미술관 안내원으로 나온다.
할리웃의 시나리오 작가이나 소설가가 꿈인 길 펜더(오웬 윌슨-앨런의 자화상 같은 역을 맡아 어수룩한 연기를 귀엽게 한다)는 부잣집 딸인 약혼녀 이네스(레이철 맥애담스)의 부모의 파리여행에 더부살이로 따라온다.
파리 팬인 길은 파리 칭찬을 종알종알 늘어놓는데 이네스는 파티와 샤핑에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 이네스는 마침 파리를 방문한 혼자 유식한 척 하는 옛 애인 폴(마이클 쉰)의 지식에 찬사를 연발, 길의 심사를 지극히 불편케 만든다.
길은 어느 날 밤 혼자 몽마르트르를 걷다가 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에 맞춰 나타난 구식 승용차에 탄 1920년대 복장을 한 남녀들에 의해 차에 태워진다. 이때부터 길의 과거여행이 시작되면서 그는 거트루드 스타인(캐시 베이츠)과 핏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 그리고 헤밍웨이와 피카소와 달리(에이드리언 브로디) 등을 만나 황홀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길은 자기가 쓴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에 대한 첫 소설을 거트루드에게 감수해 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에서 역시 거트트루드를 방문한 아름다운 아드리아나(마리옹 코티야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이 때부터 길은 매일 밤 혼자 시간여행을 하면서(낮에는 이네스와 함께 파리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파리의 뒷골목들이 아늑하게 묘사되는데 여기서 길은 콜 포터의 LP판을 파는 신선한 모습의 파리지엔의 눈길을 산다) 아드리아나와 함께 파리의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둘은 시간을 한 번 더 뛰어 넘어 이번에는 19세기 말 ‘벨르 에폭’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둘은 모네와 드가와 로트렉 등을 만나고 물랑 루지에서 캉캉 춤을 즐긴다. 문제는 길은 1920년대가 좋은데 아드리아나는 ‘벨르 에폭’이 더 좋은 것.
결국 길은 아드리아나를 과거에 남겨두고 현재로 돌아온다. 처음에 파리의 이곳저곳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나오는 재즈음악의 클라리넷은 앨런이 부는 것인 듯하다. PG-13. Sony Classics. 랜드마크(310-281-8233),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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