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 치는 테니스는 나랑 잘 맞는 운동이기도 하고, 멤버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아서 좋다. 멤버들은 모두 미국 할머니들. 나이가 대부분 60대 그리고 70대! 내가 한참 막내다. 테니스 실력은 놀랍게도 나이와 비례해 많을수록 더 잘 친다. 움직임은 다소 둔하지만 젊어서부터 쳐서 그런지 아주 정확하게 힘있는 플레이를 한다. 승부욕들도 정말 대단하다.
내가 테니스를 치게 된 경위는 경이로웠던 부러움에서 시작되었다. 8년 전인가? 지나치며 할머니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엉덩이가 보일 듯한 미니스커트와 고운 티셔츠에 멋진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경기를 하시는데, 한국 같았으면 주책이라고 했겠지만 내 눈에는 너무 멋있었다. 그때 나도 언젠가는 저 분들처럼 제대로 차려 입고 테니스를 쳐야지 하는 꿈을 싹 튀었다.
마침 우리 딸이 테니스 레슨을 받으니, 같이 테니스를 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늦게나마 배울 용기를 냈다. 처음엔 힘이 부쳐 그만 둘려 하다가도, 할머니들처럼 예쁘게 차려 입고 테니스를 쳐 보고 싶은 바램에 제법 실력이 늘게 되었다. 지금은 할머니 테니스 클럽의 정식 멤버가 되어 즐겁게 테니스를 친다. 비가 오는 날들을 욕할 정도로. 꿈은 이루어진다^^
테니스를 치는 재미는 미국 할머니들의 수다 때문에 두 배다. 생일에 남편이나 자식들로부터 이런 저런 선물을 받았다거나 이벤트가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한다. 생김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어쩔 수 없이 천상 여자다. 한편으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미국 할머니들은 늙었다는 넋두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다들 젊게 삶을 20대처럼 즐기신다. 자원 봉사도 적극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긍심이랄까 사랑이 가득하다. 반면 우리 네 할머니들은 늙은 티를 내시고 뒷방 늙은이를 자처하시는데 말이다. 가족제도나 교육방법이 달라서일까? 문화적 차이라고만 하기엔 부족한 듯 하다. 삶에 대한 가치가 다른 걸까?
나는 어떤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부모 형제를 떠나 오랜 이민 생활. 여전히 바쁘기만 한 남편. 이제 다 컸다고 떠나려고 하는 자식들. 늙어 감. 요즘은 미국 할머니들과 테니스를 치면서 새삼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의료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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