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번 보고 싶더라도
첫사랑 애인은 만나지 말자
어느덧 절정의 때는 지나 열정도 시들어
희로애락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지만
문득 첫사랑 애인을 만나면
누군들 지나간 날의 쓸쓸함에 대해 절망하지 않으랴
날마다 새롭게 나팔꽃처럼 벙글던 그녀가
순대국집 아줌마가 되어 있다면
혹은 어느 잘나가는 사내의 아내로 살아갈지라도
이제 만나본들 얼마나 서글퍼질 것인가
무슨 말을 할 것이며
또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조금은 그립고 아직 못다 한 말 있더라도
첫사랑 애인은 만나지 말자
잊지는 차마 못하겠거든
뭉게구름인 양 먼 산에 걸어놓고
그냥, 웃고 살자
홍사성 (1952 - )
‘첫사랑과 순대국과 뭉게구름’ 전문
첫사랑을 만났을 때 상대방이 불행한 처지에 있으면 가슴이 아프고, 행복을 누리고 있으면 배가 아프고, 다시 사랑을 돌이키자고 하면 머리가 아파진다고 한다. 이래저래 아프게 되니 만나지 말란다. 이쯤 되면 우스개도 한 편의 문학작품이다. 우스개는 아픔을 얘기하고, 시는 ‘웃고 살자’고 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론은 같다. 본뜻을 감춰두고 엉뚱한 말을 하는 ‘극적 아이러니’를 희극도 비극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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