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른 봄 홈 디포(Home Depot)에 갔을 때 난(蘭)이 하도 예쁘게 피어 있기에 몇 포기 있는데도 또 사왔다. 그 다음 날 사 온 난을 감상하기 위해 옆방으로 갔다. 난이 놓여 있는 원형의 우리 탁자 옆에서 잘 자라고 있는 피처 플랜트(Pitcher Plant), 주렁주렁 호리병 같이 생긴 행복 주머니에 모지 손톱 크기의 청개구리 한마리가 눈을 떴다 감았다 하고 있다. 이상하다 청개구리가 나올 계절도 아니고 어제 사온 난에는 분명 청개구리가 없었다. 이층 방안에 어떻게 청개구리가 들어왔을까. 철망까지 처져 있는 창문 틈으로 들어 왔을까. 그러나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살기 좋은 녹지대를 외면하고‘나바론 요새’같은 직각의 벽돌을 타고 올라 올 이유는 더더욱 없다.
금년은 유난히 무덥다. 견디기 힘든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른 새벽 화단에 물을 주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수분은 증발해 버리고 만다. 그런데 또 물을 줄까 하고 빗물 받아 놓은 통을 들여다보니 무엇인가 은환(銀環)이 되어 반짝이고 있다. 하나 둘도 아니고 수없이 많다. 아무래도 개구리 알 같은데 사이즈가 너무 작다. 아 청개구리 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일어나 사발 크기의 일본 다기(茶器) 보울(Bowl)에 청개구리 알을 담아 현관 옆 양쪽 코너에 세워 놓은 장식장에 올려놓았다. 반신반의 하며 며칠을 기다렸더니 은환 한 가운데 까만 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또 며칠을 지나고 드디어 올챙이가 헤엄치고 있다. 깨알 크기의 두부(頭部), 실 같은 꼬리를 달고 그 좁은 보울 속을 왔다 갔다 분주하다. 날씨가 푹푹 찜통 같으니 고구마 잎을 잘라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6살 손녀, 3살 손자가 “할머니 이게 뭐야?” 한다. 올챙이를 설명하기 힘들어 “베이비 프록(Baby Frog)”이라고 했더니 신기한 지 매일 함께 들여다본다.
7월 말의 주말은 날씨가 더욱 무더웠다. 1~2주일 딸집으로 가면서 올챙이가 있는 보울을 집안으로 들여다 놓고 갔어야 했는데 그냥 고구마 잎만 몇 개 얹어 놓고 토요일 자정께 돌아왔다. 일요일 아침 물을 갈아줄까 하고 보울 속을 들여다보니 올챙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수온이 너무 높아 질식사한 모양이다. “할머니 베이비 프록이 왜 이래, 죽었나봐. 오 푸어 베이비 프록(Oh Poor Baby Frog)” 한다. 그때 반짝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2년 전 피처 플랜트에서 발견된 청개구리는 외부에서 들어 온 것이 아니고 빗물을 받아서 집안에 있는 열대식물 물을 줄때 알로 있던 것이 연못으로 알고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 성장한 청개구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년 만에 수수께끼 하나가 풀린 셈이다.
돌아오는 해에는 아주 커다란 대야에다 청개구리 알을 떠다가 올챙이가 되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보고 손자 손녀 자연학습도 시키고, 앞 뒷발 쑥쑥 나올 때까지 잘 보호해 주며 청개구리 왕국을 만들어야겠다. 그러려면 초여름 청개구리가 알을 낳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의 철학에는 이성으로 어쩌지 못하는 방황도, 설레임도 있다. 물론 인내의 고통도 따른다. 인생살이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닌가. 연장된 수명, 고맙게 살아 온 세월 속에서 모각을 깨고 나를 찾는 만용도 부릴 수 있다.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시대의식을 깊이 이해하고 시류에 순응하며 시간들을 아끼며 우여곡절 많은 세월을 긍정으로 승화시키며 살아간다. 연이나 미물일지라도 새 생명을 탄생시켜 청개구리 왕국을 건설할 구상을 하니 이것은 분명 고통의 가다림이 아닌 즐거운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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