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선박회사 중역이 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터키의 이스탄불을 찾았다. 관계자들과의 협상을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부둣가를 거니는데 마침 화물 하역작업을 벌이고 있는 힘센 부두 노동자를 발견했다. 그는 거대한 밀가루 포대를 가볍게 양쪽 어깨에 하나씩 둘러맨 채 내려오고 있었다.
선박회사 중역은 약삭빠른 장사꾼이었는지라 이 노동자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프로 레슬링 선수로 만들면 떼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부두 노동자에게 제안했다. 미국으로 함께 가면 더욱 기름진 음식과 안락한 집, 그리고 지금 받는 월급보다 몇 배나 큰돈을 손에 쥐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계약이 성사 될 무렵, 이 미국인이 부두 노동자의 집을 방문했는데 그는 거기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그 터키인이 먹는 저녁식사가 겨우 보리 빵 몇 덩어리와 약간의 버터, 그리고 멀건 감자국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입에 풀 칠만 할 정도인데도 그런 힘이 나오다니! 이 사람을 미국으로 데리고 가서 그 흔한 고기로 배를 채우기만 하면 레슬링 챔피언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미국인은 마침내 터키의 힘센 장사를 미국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터키인은 미국생활 1년 만에 영양과다로 죽고 말았다. 에세이스트 길연이 오래 전 소개한 일화다.
터키인이 제 나라에서 살 때 건강을 누렸던 비결은 바로 영양실조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영양실조란 무엇인가. 그것은 물이 3분에 2쯤 채워진 항아리와 같다. 우리는 이런 항아리는 쉽게 운반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이 입구까지 꽉 찬 항아리를 운반하는 데는 극도의 경계와 조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몸이 이와 같다. 영양과다란 물이 가득 채워진 물 항아리와 같아서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항상 조심해서 걸어 다녀야만 한다.
반면에 영양실조는 인간에게 창조적이고 강력한 힘의 의지력을 발생시켜 준다. 가난한 권투선수의 살인적인 주먹은 바로 이 영양실조에서 온다. 헝그리 정신이란 바로 이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월남에서 용맹을 떨친 맹호사단의 위력이나 70년대 중동 사막을 주름잡았던 코리언의 의지도 선진국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헝그리 정신, 영양실조가 빚어낸 놀라운 작품들이다.
뿐만이 아니다. 70년대 초 중반, 우리 대한민국 이민자들의 눈동자에서는 얼마나 치열한 빛이 뿜어져 나왔는가. 뉴욕 헌츠 포인트 청과물 도매시장을 새벽마다 오가는 한국인을 보면 마치 탐조등처럼 눈이 부셨다고 어느 미국 신문은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그리고 90년대와 2천년대를 살아가면서 영양과다에 시달리던 한국은 마치 전기가 나간 전구알과 같은 흐리멍덩한 눈들로 바꾸어졌다 하여 과언이 아니다. 이때부터가 문제의 시작이다. 터키의 부두 노동자는 마른 빵 한 덩어리와 감자국을 먹으면서도 온 식구들과 행복하게 살던 그 시절이 건강한 에너지가 발산하던 때였다.
한국의 기독교가 전 세계에 유례없는 성장을 기록하며 성령의 바람을 일으켰던 시기도 포만보다는 허기가 도처에 남아 있었던 그 시절이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원한다는 경구가 힘을 얻던 시대였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는 배가 고파야 알 수 있고 그 길이 축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교훈한다. 영적인 헝그리 정신이 삶을 빛나게 하고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바이블의 가르침은 결단코 그저 하는 말씀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뉘라서 지금의 부유를 던지고 빈곤의 축복을 택할 것인가. 괴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shin468@gmail.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