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만 굴러가도 웃음이 나오는 사춘기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갈수록 옛날이 그리워지고 생각난다.
어느 해인가 반 전체가 꾸중을 듣고 있었다. 연세가 지극하신 선생님이셨는데 화가 나신 선생님은 말을 더듬으면서 야단을 치시니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혼나는 중인데 나는 그때 웃지 말아야 할 상황인데 조용한 가운데 웃는 아이는 나 혼자였다. 너무 화가나신 선생님은 왜 웃느냐? 하시며 더 화가 나신 모양이다. 순간 얼떨결에 옆에 짝꿍을 가리키면서 짝꿍 때문에 웃었노라 했더니 같이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그 후로 짝꿍은 너무 화가 나 한동안 말도 하지 않아 얼마나 미안했는지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그만큼 혼나는 시간에도 웃음이 나오니 그 웃음을 누가 막으랴. 누군가가 넘어진 것을 봐도 웃음이 나오고 별일 아닌데도 그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머니가“여자는 그렇게 웃으면 안 된다”며“조신하게 웃어야 한다”고 한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시절이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거의 웃음이 사라져가고 있으니 웃음을 아무리 만들려고 해도 나오지 않는다. 어떤 분은 미국에 오래 살면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언제나 웃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는 생활이 몸에 배인 습관이 되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여자분이 타기에 미소를 지었더니 대번에“미친 사람 아냐”라면서 내리더란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미친(?) 소리 안 듣기 위해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다니다가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씁쓸한 얘기를 들었다.
미국인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도 미소를 띠지만 우리 한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 경직된 채로 다닌다. 인간만이 가진 특권 중의 하나가 웃음이라고 한다. 동물한테는 볼 수 없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이다.
한 번 웃으면 5분 동안 에어로빅을 한 것과 같으며, 막혔던 혈관도 뚫리고, 우리 몸 650개의 근육도 한번 웃을 때마다 231개의 근육이 동시에 운동을 한다고 한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란 말은 웃는 집안에 많은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는 일소일소(一笑一少)란 말도 있다. 웃음은 행복의 보따리와도 같다. 사람마다 웃음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세상의 근심 걱정은 반으로 줄고 어려운 일들이 해결되었으면 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노만 카슨스(Norman Cousins)는 웃음으로 암을 극복했다고 한다. 죽을 날만 기다리기보다는 사는 날까지는 즐겁게 살자고 생각하고 웃으려고 노력하면서 희극배우(찰리 채플린) 테이프를 빌려다 보면서 실컷 웃었고, 또한 웃을 일을 많이 만들었다. 그는 암을 이기고 건강을 되찾았다. 웃음과 유머로 병을 이겨낸 그는 웃음학 강의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병든 사람을 고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건강이 넘치는 곳에 분명 웃음이 넘치고, 건강이 사라지면 웃음도 사라진다.
이제부터라도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 행복한 웃음보따리를 되찾고 싶다.
김민정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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