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다. 학기 초 멋지게 꾸미고 다니던 학생들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헐렁한 후드티와 무릎이 나온 추리닝바지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학생들이 캠퍼스를 장악했다. 평소 운동하는 학생들과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로 가득 찼던 Memorial Glade의 푸른 잔디가 휑한 걸 보니 이제 수업 시작한지 한달 정도 지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1년 동안 버클리를 다니면서 각종 시험에 많이 익숙해졌지만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수업과 급격히 낮아진 평균 점수들을 보면 시험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공과목 시험일 때에는 부담감이 더 심한데, 어제 어렵기로 유명한 교수님의 경제학 시험을 공부할 때에는 너무 긴장했는지 점심에 먹은 음식을 체하는 바람에 몇 시간 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을 1년반 동안 다니며 시험기간마다 관찰한 것이 있다면 한국학생들과 미국 학생들의 다른 공부패턴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시험기간이 아직 몇 주 남았을 때에는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는 학생들 중 대부분이 미국 학생들이고 (이는 그 동안 받아온 교육방식의 영향이 클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에도 한국학생들보다는 미국학생들이 더 많다. 하지만 점점 시험기간이 다가올 수록 강의실에 평소 보이지 않던 한국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1주일밖에 남지 않았을 때 도서관은 소위 “코리아타운”이 되어버린다. 특히 도서관이 문을 닫는 새벽 2시까지 남아있는 학생들 중 80프로는 한국학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험기간 막판에 한국학생들의 학구열과 집중력은 활활 타오른다. 반면 미국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기는 하나 평소와 다름없이 꾸준히 하는 스타일로 도서관이 문닫을 때까지 남아 있기 보다는 10시쯤되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다.
평소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 “공부는 꾸준히 하는거다,”에 따르면 한국학생들의 벼락치기 습관은 미국학생들의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에 비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년간의 벼락치기 경험에 노하우가 쌓인 것일까, 놀랍게도 시험 결과를 보면 A받는 학생들 중 한국 학생의 비율이 매우 크다. 물론 나도 시험기간 막판에 도서관에 자리깔고 사는 학생으로, 아무리 결과가 잘 나와도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지 하고 매일 다짐한다. 하지만 어제 중간고사가 끝났으니, 오늘은 쉬어도 되겠지?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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