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조병화 <낙엽끼리 모여 산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이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안개가 자욱한 날,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무작정 달려간 곳이 죤 뮤어 레드우드 공원(John Muir Redwood Nat’l Park)이었다.
어디선가 낙엽 타는 냄새가 흘러 나왔다. 낙엽은 타기도 하고 썩기도 하면서 그렇게 세월 속에 소리 죽여 전설을 쌓고 있었다.
나는 레드우드 나무 의자에 앉아서 수 많은 시간 동안 축적된 낙엽 내음을 깊게 들이 마셨다. 숲 속 모든 곳에 경건함이 가득 하였다.
안개에 가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 꼭대기를 쳐다 보았다. 까마득한 그 곳에도 생명은 자라고 있었고 뿌리와 잎으로 부터 빨아 들이는 수분의 힘찬 펌프질 소리가 들렸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착륙하기도 하고 무인 탐사선 Path Finder 가 화성(Mars)까지 갔다 올 수 있는 현재의 과학으로도 아직 우리는 레드우드의 신비를 못 풀고 있다. 많은 신비 중의 하나는 깊지 않은 뿌리로 100 미터 높이 이상까지 어떻게 물을 끌어 올려 일년 내내 푸르청정 하며 수 천 년을 하루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가였다. 많은 과학자들은 추측하건대, 물의 분자를 묶어주는 힘인 수소 결합, 즉 그 힘이 확산되고 빨아들이는 힘인 삼투력(Osmosis) 때문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정설도 있다. 그 정설은 레드우드가 필요한 물의 25%-50% 까지는 안개에 의해 직접 흡수된다는 설이다. 1,000년 이상을 살아오고 있는 그들의 신비감은 1+1=2로 계산 되어지는 인간의 DNA로는 밝혀낼 수 없을 것만 같다
메추라기(Quails), 불루 제이(Blue jays), 물총새(Kingfisher)들이 날아 다니고, 계곡 물에는 수달(Otters)과 연어(Salmon)와 송어(Trout)가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곳, 안개 속에 낙엽은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온갖 꽃들이 피었다 지는 곳. 오늘도 깊은 숲 속에서는 수 많은 레드우드들이 인간들을 내려다 보며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지구 만들기를 기원하고 있음을 나는 온 몸으로 느꼈으며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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