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문득 웃는 얼굴과 마주친다. 눈부신 세상으로 들어선 느낌이다. 미국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감격은 아름다운 것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눈만 마주치면 웃어줄 수 있는 풍요로움이 가슴 아리도록 부러웠다. 웃음은 아름다움의 본 바탕인것 같다. 조금 이래도 마음이 편해지면 절로 나와지는 웃음이 왜 우리에게는 그렇게 인색했는지. 허허로운 마음속에 자꾸 욕심만 불어놓으려다 보면, 웃음은 심각한 표정속에 갖혀진 채 영영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만다.
샘물을 퍼 올리듯 늘 미소를 달고사는 제니는 누가 보아도 예쁜 얼굴이 아니다. 퉁퉁한 얼굴에 펑퍼짐한 코지만 기쁨으로 가득찬 듯한 미소는 이름없는 풀 향기처럼 주위를 늘 편안하게 했다. 제니의 마음은 California 의 하늘처럼 깨끗하게 개어 있어서 속이 환히 들여다보일 것만 같다. 열살지기의 아이는 늘 누구에게 주길 즐겨했다. 그래서 나에겐 숲속의 요정처럼 느껴진 아이다.
어렸을때의 제니의 모습이 문득 문득 생각날 때가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우리 아이 친구 제니가 아름답게 피어난 처녀의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얼굴에 미소는 더욱 커지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그의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줌마 제니퍼” 옆에 있는 친굴 소개한다. 옛날 모습이 비치긴 했지만, 얼른 알아보지 못해 미안했다. 또렷한 이목구비가 시원해 다시한번 뒤돌아 보게 하던 미모가 세월에 깍여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눈엔 슬픔조차 출렁이는 듯해서 그 아이가 걸어온 길이 보이는 듯했다.
부모의 헤어짐이 아이의 슬픔으로 연결되어진다는 일이 뼈아프게 느껴졌다. 제니퍼를 꼭 안아주니 가슴이 따듯했다. 그 아이가 크게 웃었다. 두꺼운 가슴속에 갖혔던 영혼의 아름다움이 흘러나온 느낌이다. 아직도 서로 나눌 수 있는 기쁨과 슬픔의 가슴을 지니고 있는 제니퍼가 고마웠다. 따듯한 햇볓이 가득한 정원에 앉아 다정한 커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길 나누었다.
“제니는 자석 같아요. 멀리 있어도 환한 웃음이 그리워져요.” 제니퍼가 남기고 간 말이 메아리처럼 되돌아 온다. 죽음도 이별도 감수해야 하는 우리의 인생을 제니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제니 이뻐” 웃는 사람이면 무조건 예쁜 사람으로 표현하는 우리 손녀, 나도 우리 손녀의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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