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꿈꾼다. 자전거를 타고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벽을 향해 질주하기도 하고, 인형들이 밤마다 살아서 움직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우주인이 내려와 나를 데려갈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옆집 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집 마당의 국화꽃들은 서로 뭐라고 재잘대는지, 우리집을 내려다보고 있는 저 산위의 소나무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이 모든 소망이 허황된 것이라고 여겨질 때 즈음인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소망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동네에 장님과 함께 사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어린 마음에, 본인은 장애가 없는데 장애가 있는 분과 사는 아주머니가 천사로 보였다. 아저씨가 하시는 침술원 앞에는 예쁜 화분들이 가득했는데, 아주머니는 그 식물과도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전설속의 인물이 아니라 옆집 사는 아주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니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어 용기 백배하여 그날 이후로 부던한 노력을 기울였다.
등하교길에 나있는 가로수 중에 내 나무를 하나 찍어서 혼잣말을 걸기도 하고, 작은 꽃화분을 화장실 세탁기 위 양지바른 데에 놓고 키우며 ‘금순이’라고 이름까지 붙여줘가며 예쁘다고 해주고 혹시 내게 무슨 답을 해주나 싶어 기다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식물이 내게 말을 할 리가 없었다. 대신 놀랍게도, 엄청나게 많은 꽃을 피워대기는 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지만 성프란체스코처럼 어깨에 새를 태우고 다니며 앞뜰의 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쁘다고 해주자 제 몸 상하는 줄도 모르고 엄청나게 꽃을 피워주던 ‘금순이’의 작고 고운 그 기운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력을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눈이 뜨이게 된 것 같다. 이로쿼이 인디언들의 기도문의 한구절처럼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해를 향해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잎새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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