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주걱으로 펄펄 끓어오르는 솥을 저어대자 새알심이 둥둥 떠올랐다. 붉은 팥죽 속에서 솟아오른 하얀 새알심은 마치 새로운 기운이 솟구쳐 오르는 듯했다.
동지를 며칠 앞둔 18일 훼어팩스의 보림사에서는 팥죽 쑤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날은 이 사찰에서 동지 불공을 드리는 날. 100여명의 신도들이 법회를 마치자마자 구내식당에 모여 정성스레 쑨 팥죽 공양을 들며 새해 덕담을 건넸다.
한국으로 출타중인 경암 주지 스님을 대신해 해인 스님은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어야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한다.”며 “많이들 드시고 길한 기운을 받으시라”고 팥죽을 권했다.
동치미와 김치, 시루떡을 곁들여 팥죽을 한 그릇 다 비운 석정각 보살은 “나이 수대로 새알심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며 아이들에게 동지 팥죽의 유래를 잠시 설명해주었다.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먹는 건 세시풍속의 하나.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이라 음(陰)이 성해 이를 물리치기 위해 양(陽)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 팥죽을 먹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예로부터 붉은 색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주술적인 위력을 지닌 것으로 믿어져 왔다.
의학계에서는 팥은 이뇨작용이 뛰어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키고, 부기나 만성 신장염의 치료에 효과적이며 변비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해인 스님은 “이민생활에 모두 바쁘지만 동짓날 하루만이라도 팥죽을 쑤어 가족과 이웃이 나누어 먹으면서 정을 나누고 새로운 한해의 건강을 기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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