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는 ‘내가 손해볼지언정, 남에게 해를 주면서 살지는 말라’고 가르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녀는 아이가 없지만 동네 아이들을 다 자기의 아이처럼 진심으로 이뻐했다. H는 한 그릇에 차려진 떡볶이 같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게 될 때, 다른 사람들이 배불리 먹지 못하게 될까봐 천천히 다른 이들 먹는 것을 배려해가며 남들이 배가 찼을 때즈음에야 속도를 낸다. 누가 불평을 하든, 누가 남의 욕을 하든, 휩쓸리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아는 H는 사람을 은근 가리며 재보는 나를 보며, ‘사람은 다 변하는 거야’ 라며 다른 이의 변화가능성을 보고 너그럽게 대하고,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지켜봐주라고 충고하기도 하였다.
K는 우리 모임의 대모이다. 겨울이 되어 모임 장소를 찾지 못하면 기꺼이 자신의 집을 내어 주었고, 캠핑이라도 갈라치면 라면도 한짝씩 챙겨서 넣어주곤 했다. K는 맞이하는 사람을 늘 편하게 대해주어서, 그녀의 집에 가면 이웃의 집에 간다는 느낌이 든다기 보다, 친정에 다니러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이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두배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번 겨울에 H도 K 도 병을 얻어 세밑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 다른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고, 다른 사람의 일을 제 일처럼 여겼던 이들이라 다행히도 이들의 투병생활에는 지원군이 많다. 때되어서 음식을 해주시는 분들, 찾아와서 보살펴주시는 분들이 끊임이 없다. 나의 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 한편으로는 그녀들이 부럽기도 하다.
다만 병마와 싸우는 일만큼은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그 고통 자체는 아무도 달래줄 수가 없는 것임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기만 하다. 아름다운 그녀들이 하루 빨리 툭툭 털고 일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주변을 더욱 밝혀주기를 오늘도 두손 모아 기도해본다.
(주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