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 두번씩 아이들과 나는 기차여행을 즐긴다. 아침 첫차를 타고 내려가 밤 10시면 돌아올 수 있는 당일코스로 행선지를 정하고, 인터넷으로 예약한 후 에머리빌에 있는 암트랙 역으로 향한다.
저 멀리서 그리운 사람이 손을 흔들며 달려올 것 같은, 코스모스 하늘하늘 피어있는 소박한 고향역의 모습은 아니지만, 에머리빌 암트랙 역사 안은 갓 볶은 커피향 가득한 매점과, 여행객들에게 친절히 답을 해주는 역무원 할아버지, “이번에도 또 기차만 타고 갔다 바로 돌아올거냐” 며 나를 알아보는 매표소 직원으로 인해 나름 따스함이 느껴진다.
3년 전, 처음 기차여행을 할 때에는 세 시간 반 코스의 살리나스로 향했다.
11시 45분쯤 도착해 점심식사를 한 후, 존 스타인백 뮤지엄과 그의 생가를 둘러보고, 이민자의 애환을 담고자 했던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서도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나중에 그의 책을 읽게 되면 엄마와 왔던 이곳을 기억해주기를 은근히 바라면서, 뮤지엄에서 상영하는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등 클래식 영화도 감상하는 등 꽤 괜찮은 여행을 했던 것 같다.
2년 전, 두번째 여행에서는 좀 더 긴 행선지를 찾았다. 하루만에 돌아올 수 있는 남쪽 코스로 가장 긴 곳은 여섯 시간 짜리 산 루이스 오비스포. 당일코스라는 시간제약만 없다면 시애틀에서 내려오는 Coast Starlight를 타고 산 루이스 오비스포를 거쳐 산타 바바라까지 아름다운 서부 해안선을 따라 가슴이 탁- 트이는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도 있다.
“하필 시간 많이 드는 기차여행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빠른 시대에 느린 기차여행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여유로움이 나는 좋다. 아이들은 더욱 신난다. 비행기 보다 더 쾌적한 좌석공간에, 지정석을 벗어나면 라운지 테이블에서 카드게임이나 독서를 즐길 수 있고, 카페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식당칸이 없는 경우엔 스낵칸이 있어 간단한 요기도 가능하다. 스낵칸에서 만나는 국산 사발면의 맛은 감동 그 자체이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흰머리 날리면서 달려온 어머님을 얼싸안고 바라보았네. 멀어진 나의 고향역 ”
내 마음 속의 고향역이 그리울 때면 나는 에머리빌 암트랙 역으로 달려간다. 그리운 사람을 만날 것만 같은 가벼운 설레임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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