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필남 몽골 선교사가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안식년이라지만 버지니아크리스천대학교(VACU) 신학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워싱턴몽골교회를 담임하는 등 사실 별로 쉴 수는 없다. 그나마 겨울 이 때쯤 영하 섭씨 35도로 내려가는 몽골에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몸은 쉼을 얻는 기회가 된다.
“날이 추워지면 바이러스들이 상처를 통해 급속도로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빨리 살점을 떼어내지 못하면 큰 일 납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일주일이면 낫는 상처였는데 이렇게 됐습니다.”
오른손 중지 손톱 밑부분에 시커멓게 흔적이 남은 상처를 보여주며 황 선교사가 설명했다.
20여년 전 몽골 땅을 밟았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CEF(어린이전도협회) 등에서 훈련을 받은 그는 한국외항선교회(KHE)를 통해 목사로는 한인 최초로 몽골에 파송됐다. 5년 만에 15개 교회 개척, 첫 7년간 900명 세례. 호리호리한 키에 그리 강골도 아닌 그를 통해 하나님은 일하고 계셨다.
몽골이 공산화되던 1921년 수도 울란바토르에 단 한 개의 교회 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전국에 600개로 늘어났다. 이중 황 선교사와 제자들이 세운 교회는 약 100개다. 지금은 다 제자들에게 물려주고 나왔는데 그중 큰 것은 성도가 1,300명 정도 모인다.
그가 가는 곳에는 교회가 생겨난다. 은사다. 최소한 몽골인들과 연관지어서는 그렇다. 워싱턴에도 3개가 생겼다. 미국에는 10여개가 있다. 워싱턴 지역 거주 몽골인은 7,000명 정도. 황 선교사가 키운 제자들은 35개국에 흩어져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몽골인들의 복음에 대한 열정과 교회확장 속도는 놀랍다. 사실 인구와 비례해 보면 선교사 비율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뭘까?
“농경사회에 뿌리를 둔 우리와 달리 이들이 유목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 자리에 못 있죠. 돈을 벌기 위해 어디든 쉽게 떠납니다. 그런 성향 때문에 단기 선교 가려고 자기 직업을 별 생각 없이 버립니다. 집 짓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섯 시간, 허무는데는 30분이면 됩니다. 무엇이든 미련 없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간편한 삶의 스타일입니다.”
황 선교사가 설명해 주는 몽골인들의 기질은 선교사에겐 그만이다. 게다가 이질적인 언어와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능력과 우수한 두뇌도 한국인처럼 고향을 떠나 전세계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도록 이들을 부채질하고 있다. 믿음을 받아들이면 ‘떠나겠다’는 말이 그냥 나온다.
알링턴에 있는 워싱턴몽골교회는 황 선교사의 아내 바이사 선교사가 오래 담임 했었다. 현재 100여명 정도 출석하고 있다. VACU에서는 이번 학기에 10여명의 몽골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영어와 성경 등이 과목이다. 그밖에 안식년 동안 세계 여러나라를 순방하며 제자들의 교회를 돌볼 계획인데 며칠 뒤 황 선교사는 우선 유럽으로 떠난다. 황 선교사의 사역은 성광교회, 성산교회, 올네이션스교회,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등이 협력해 돕고 있다.
워싱턴몽골교회는 복음을 전하는 일 외에도 몽골 커뮤니티를 위해 많은 봉사를 해왔다. 그중 직업 알선은 매우 중요한 사역으로 바이사 사모는 지금까지 약 500명의 몽골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 중간자의 위치에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면 자연스레 교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몽골어로 진행되는 예배는 오후 2시부터. 황 선교사는 이러한 당부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몽골인들은 한국교회의 좋은 선교 파트너가 될 겁니다. 다만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몽골인 종업원들과 가끔 예기치 못한 마찰을 빚어 안타깝습니다. 일자리를 자주 바꾸는 습관을 한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죠. 악의가 있어서가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문화적 차이가 크지만 한 형제 자매요, 우리의 좋은 이웃입니다.”
교회 주소 790 South Carlings
Springs Rd., Arlington, VA
전화 (571)251-6484, (703)582-4929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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